[책마을] 도시 디테일에 숨은 '삶의 흔적' 찾기

입력 2021-10-14 18:09   수정 2021-10-15 01:56

익명의 공간, 거대 도시는 늘 분주하다. 사람들의 눈길은 늘 머물던 곳으로만 향한다. 현란한 광고판과 랜드마크 건물, 화려한 상점의 쇼윈도와 같은…. 하지만 수면 아랫부분이 더 크게 자리 잡은 빙산처럼 메트로폴리스도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는 신호등과 과속방지턱, 맨홀 뚜껑과 자전거 도로 등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도시의 민낯에 담긴 인간과 도시의 진화사를 담은 책이다. 영어권에서 누적 다운로드 5억 건을 기록한 동명의 인기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일상 속에 감춰진 도시의 진면모를 안내한다.

저자에 따르면 보도블록 구석구석, 전봇대와 가로등, 교통 표지판마다 도시의 성장사와 도시 속에서 삶을 일궈나간 사람들의 생각이 가득 배어 있다.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한 신호등은 보통의 신호등과 달리 녹색불이 빨간불 위에 있다. 신호등을 아일랜드 후손들이 만들면서 아일랜드의 상징색인 녹색을 제일 위로 올린 까닭이다. 필라델피아의 주요 광장 바닥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구가 적힌 명판들이 박혀 있다. 땅바닥을 내려다보면 ‘이 명판 뒤쪽의 부동산은 기부채납되지 않았음’과 같은 뜬금없는 문장들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지금은 보행자들이 얼마든지 이곳을 걸어도 되지만, 실제로는 이곳이 사유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했던 옛 땅 주인들의 뜻이 담긴 흔적으로 해석했다.

인간의 몸이 수많은 세포로 조직돼 작동하듯 도시의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한 시설물도 적지 않다. 지하철과 상·하수도, 전기·통신 시설들은 시대를 거듭하며 당대의 첨단 기술과 미적 감각이 담긴 ‘도시 유물’을 남겼다. 안전을 위해 기술자들만 알아볼 수 있게 주요 인프라에 남긴 표식들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따뜻하게 다가온다. 때론 각종 시설과 조명 같은 건축물들이 시민의 행동을 규제하고 조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민들의 삶이 반영돼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나가는 도시의 ‘디테일’들을 살펴 나가다 보면 오늘의 내가 머무는 공간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110여 컷에 달하는 산뜻한 삽화도 책의 이해를 돕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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