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지원 청년창업기업 3곳 중 2곳, 5년 뒤 '매출 0원'

입력 2021-10-15 16:24   수정 2021-10-15 16:32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지 5년 이상된 청년창업기업 3곳 중 2곳이 지난해 ‘매출 0원’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업 역시 극소수의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원받은 청년창업기업 67%가 5년후 매출 0원
한국경제신문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정부의 청년창업 양성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의 지난 10년간 자료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5년 이상 된 사관학교 1기(2011년)부터 6기(2016년)까지 1515곳 가운데 1027곳(67.7%)은 지난해 매출이 0원이었다.사업 실패로 폐업 상태이거나 명목상 법인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2020년(7~10기) 선정된 3283곳 중 1034곳도 지난해 매출이 0원이었다. 아직 충분한 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전 기수 기업들과 비슷한 매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여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 상황도 열악했다. 1~6기 중 5년이 지나도록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업체가 873곳(57.6%)에 달했다. 고용인원 10명 미만도 496곳(32.7%)이었다. 146곳(9.6%)만 10명 이상의 두자릿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2011년 시작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현재 서울, 파주, 인천, 안산, 원주 등 전국 18곳에 설치돼 39세 이하 청년창업가에게 사업자당 사업비의 70%까지 최대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현재 청년창업의 성공여부 판단 기준을 5년으로 보고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1~6기 기업에 지난 6년간 투입된 예산만 1035억원에 달했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후 매출이 전무한 기업도 1515개 기업 중 383개(25.2%)나 됐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후 단 한차례, 매출 1원도 발생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사업화가 무산됐거나 정부 지원금을 타내기위한 ‘체리피커형’ 창업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목표수치만 채우자는 식의 단순한 '묻지마식' 현금 지원으로 생색만 내세는 결코 청년 창업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다"며 "규제 완화와 창업환경 조성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홍보 가능한 '보여주기식' 정책에만 집중
정부가 창업 성공률이나 생존률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창업 환경 조성보다는 당장의 성과로 홍보할 수 있는 현급 지원 정책 등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과 현장 청년 창업가들은 “잠깐의 현금 지원보다는 ‘무언가를 못하게 하지않는 것’이 훨씬 절실하다”고 말한다. ‘가시 못 규제’ 완화 등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한 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2011년 1기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된 청년창업기업 212곳 중 지난해 기준 매출이 0원인 기업은 164곳이었다. 2기 역시 213곳중 160곳이 매출 0원이었고, 3기도 254곳중 196곳이 매출 0원을 기록했다. 4기(284곳 중 198곳), 5기(252곳 중 157곳), 6기(300곳 중 152곳)도 비슷했다.

보안 관련 창업 기업인 A회사는 당시 1기 사관학교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7100만원을 지원 받았다. 2014년에는 매출 4000만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매출이 0원이 됐고, 결국 사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패션 관련 창업을 했던 초기 사관학교 출신 B회사 역시 지원 초기 3년간은 일부 매출을 발생시키기도 했지만 결국 3년후부터는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해 폐업했다.

B회사 대표는 “사업성에 문제도 당연히 었었겠지만, 청년 창업가가 무언가 새로운걸하기에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설계된 규제 등으로 못하는게 너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창업 행사를 열고 청년창업가들을 그 자리에 지속적으로 부르는 등 보여주기식에만 집중한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2019년 9기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참여한 김모 씨도 “정부가 ‘청년창업가에게 얼마를 지원했다’는 수치적인 목표치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균등하게 나눠주기보다는 지원을 받은 업체중 실제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에 추가로 지원하는 등 좀 더 전략적인 정책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가시 못 규제 완화가 절실"
그럼에도 별다른 창업환경의 개선 없이 현금 지원 규모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100억원대였던 청년창업사관학교 지급액은 2017년을 지나 700억원대로 훌쩍 늘었고, 지난해에도 708억원이 지원액으로 쓰였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정책이 ‘초기 지원’에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정작 사업이 확장되는 시기에는 각종 규제 등 제약이 급격하게 많아 중장기 성공률이 높지 않게 되는 요소가 되고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청년 창업의 경우 기존에 ‘없던 것’을 주로 다루는 만큼 과거 법제도로만 제단한다면 한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수홍 “초기 현금 지원은 청년창업가들의 초기 문턱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지만, 더 중요한건 7~10년 이상 살아남을 수있게 하는 정부의 전략적인 접근과 창업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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