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학·과학·정보 역량이 국가의 미래다

입력 2021-10-17 17:44   수정 2021-10-18 01:51

‘수포자(수학 포기자)’ ‘문송(문과라서 죄송)’ ‘문들문들(문과 부들부들)’ 같은 신조어가 심심찮게 청년세대에서 오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가 거센 요즘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형성된 취업시장으로부터 나온 자조 섞인 표현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부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했다. 이과 94%, 문과 6%.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의 격차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쏟아졌으나 한편에선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1997년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부터 학습 부담 경감을 명목으로 수학·과학 과목의 양을 줄이고 수준을 점차 낮추기 시작했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이르러서는 공간벡터를 포함한 응용 내용이 대폭 삭제되며 고교 수학·과학 필수 이수 학점 비율은 23%까지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이공계 대학에 수학·과학의 기초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진학하는가 하면 끝내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정보 교육도 수준은 비슷하다. 알파고 신드롬이 휩쓸고 지나간 2019년 우리나라 초등학교 5~6학년의 코딩 교육이 의무화됐지만, 현재 초·중·고 정보 시수는 전체 교과의 0.4%에 불과하다. 또 한국의 수학 시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지만 방과 후 학습 시간은 높게 나타나고, 코딩학원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이유가 뭘까. 답은 단순하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목을 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우니 사교육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해외 상황은 어떨까. 미국은 일찍이 전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프로젝트 2061’을 선언했다. 수학을 강조하는 일본은 이공계 교육에 기하·벡터뿐만 아니라 우리가 삭제한 복소평면, 극좌표 등의 심화 내용을 포함시켰다. 최근 중국도 ‘10년 마일검(10년간 칼 하나를 가는 마음)’을 선언하며 과학 교육을 전면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영국은 이른 나이인 5세부터 소프트웨어를 교육하고, 이스라엘은 고교 이과생의 코딩 교육에 270시간을 할애한다. 우리 후속 세대는 세계 무대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 전공을 불문하고 이공계열의 기초 지식과 역량이 강력히 요구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이 실시되고, 국내 절반에 이르는 기업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완벽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2022 교육과정 개정 총론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우리 미래 세대 국제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교육과정 개정은 각계의 주장과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즉 작은 이해관계와 이기주의를 떠나 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담아내는 방향이어야 한다. 마침 교육부도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추진 배경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른 급속한 사회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할 미래 인재 양성’임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청년 취업률은 수년째 수렁에 빠져 있고, 인구 감소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강철부대원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국가의 수학·과학·정보 경쟁력이 국제 사회 주도권을 좌우하는 지금, 교육과정 개정 방향이 새 시대가 원하는 인재 양성에 정조준됐는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의 미래가 곧 국가의 미래다. 이번만큼은 미래 세대에게 꼭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학습시킨다는 원칙에 충실한 교육과정 개정이 되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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