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혁신

입력 2021-10-17 17:52   수정 2021-10-18 00:07

‘기업은 주주는 물론 고객, 직원 등 이해관계자 중 어느 누구에게라도 신뢰를 잃으면 절대 번영할 수 없다.’

최근 읽은 책 《트레일 블레이저》에서 미국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가 강조한 말이다. 세일즈포스를 창업 22년 만에 시가총액 2700억달러 수준의 혁신기업으로 이끌 수 있었던 건 신뢰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업이 고객 그리고 사회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 도입한 방식은 ‘1-1-1모델’이었다. 주식의 1%, 제품의 1%, 직원 업무시간의 1%를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것이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문제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사회 현안 해결에도 발벗고 나선다. 세일즈포스의 모든 활동에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사회와 구성원 모두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그만의 철학이 녹아 있다.

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했던 기업도 있다. 넷플릭스는 2011년 스트리밍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기존 DVD 구독과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합하고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DVD 구독에 익숙한 기존 고객의 거센 항의로 두 달 만에 회원 80만 명이 탈퇴했고 주가는 50% 급락했다. 이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개인화 추천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시금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두 기업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의 속도가 빠를수록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누군가는 혜택을 얻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불편과 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 디지털화 이면엔 정보 격차의 확산이,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편리한 서비스 뒤엔 낮은 처우를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이 존재하듯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책임감 있는 혁신’을 고객은 기대하고 신뢰한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최근 앱과 챗봇을 출시하는 등 고객 중심의 서민금융 서비스 혁신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금융정보가 부족하고 생업에 바빠 서민금융을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이 어디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령층을 위해 돋보기 기능을 추가하고, 센터의 상담 서류를 전자화하는 등 비대면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의 편의성도 높였다. 그 결과 앱 다운로드 수가 135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이용률이 높고, 고객이 평가하는 앱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8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혁신하는 ‘따뜻한 기업’이 필요한 시대다. 따뜻한 기업은 고객의 신뢰는 물론 장기적인 이윤 극대화도 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세일즈포스가 그랬듯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함께 가야 더 멀리, 오래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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