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브란스의 기적' 뒤엔 …

입력 2021-10-18 17:20   수정 2021-10-19 00:18

우리는 왜 기부를 하는 것일까? 몇 년 전 아름다운재단 조사에 따르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남을 돕는 것이 행복’, ‘시민으로서 해야 할 책임’ 순이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그 바탕에는 나눔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구한말 제중원에서 시작된 세브란스병원은 더 많은 사람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열악한 의료환경을 변화시키고 교육을 통해 의학을 자립시켜 발전해왔다. 출발점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이에 대한 자선가의 기부에서 시작됐다. 그 정신은 병원 건립기금을 기부한 미국 독지가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이름을 딴 병원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세브란스에는 질병의 치료만이 아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전인적 치료기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세브란스는 우리나라에서 기부를 통해 가장 성공적이고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 온 기관으로 손꼽힌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는 연간 300억원이 넘는 가장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기부로 탄생하고 키워진 세브란스는 체계적이고, 참여적인 기부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의료분야 캐피탈 캠페인(집중모금캠페인)을 진행해 국내 병원 기부문화 형성을 주도했다. 여기에 직원들의 절반 이상이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조직문화에 기부가 녹아들어 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기업인과 가수, 배우 등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의 유산을 병원에 기부하거나 기부를 위한 유언서를 작성해 전달하기도 한다. 세브란스에는 지금까지 약 204억원의 유산기부 유언 공증이 답지했고, 약 87억원이 기부된 바 있다.

이 기부금은 환자들을 위한 치료비 지원과 함께 환자들이 첨단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또 중입자치료기와 같은 최첨단 치료장비나 정밀의료, 암치료연구, 의학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재 양성, 개발도상국 의료인의 교육 등에 투자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관을 통한 사회적 기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의 연간 예산과 수입의 10~12%가 기부금에서 나온다. 그만큼 기업이나 개인의 사회환원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됐다고는 하나 아직 1~2%에 불과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관심과 병원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부 관련 법률 및 제도를 개선해 많은 이들이 기부에 쉽게 참여하고, 사회적 변화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명의 기부로 세워진 40병상의 작은 병원이 오늘날 하루 2만 명의 아픈 이들을 돌볼 수 있는 병원으로 성장한 기적과 같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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