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위드 코로나'가 끝이 아니다

입력 2021-10-18 17:14   수정 2021-10-19 00:42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걸 새삼 확인한다. 이젠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휴대폰을 흔들어 QR코드를 찍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마스크를 안 쓰면 화장 안하고 민낯으로 밖에 나가는 것처럼 어색할 정도다. 작년엔 확진자가 100명만 넘어도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지금은 1000명대에도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때문에 제약받는 일상이 1년 반 넘게 이어지자 다들 인내심이 임계점까지 차오른 듯하다. 아직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은 벌써 인파로 북적인다.

공식적인 위드 코로나는 다음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출범시킨 정부는 이달 말까지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는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진자 발생 억제보다 중증환자 관리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갖추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점차 완화해가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백신접종 완료자 70%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코로나 시대엔 곳곳에 명암이 엇갈렸다. 자영업은 줄폐업이 이어졌지만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생겼다. 골프산업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 와중에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 메가히트작이 나왔다. 미·중 갈등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타격을 입은 기업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형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명암은 자산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른바 ‘코로나 디바이드(양극화)’다. 코로나가 덮치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막대한 돈을 풀었고, 이는 자산가격 급등을 가져왔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자산이 있는 사람은 돈을 벌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훨씬 뒤처지게 됐다.

교육현장에서도 이 같은 양극화가 심해졌다. 최근 발표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 교수의 71%가 코로나로 인해 학력격차가 심해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당연한 결과다.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등에서도 학력 저하와 격차 확대의 심각성이 드러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로 인한 학업 결손을 보충하지 못할 경우 개인 생애소득이 3%가량 줄어들고, 그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연평균 1.5%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교육격차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의 성장과 미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7월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교육부가 예산 약 8000억원을 투입하고, 지방 교육청은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늘어난 추가세수 6조원 가운데 상당액을 교육회복에 쓰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만 급히 늘려 잡다보니 주먹구구식 중복집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교육현장에서조차 나온다. 각 시·도 교육청이 추경에 따라 자동 늘어난 지방재정교부금으로 ‘교육재난지원금’ 지급을 확대하자, 내년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현금 살포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국가가 많은 지원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낭비는 다른 문제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세수가 증가하면 자동으로 늘어나는 지방교육교부금제도를 이참에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이 회복돼도, 코로나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와 흔적은 남을 것이다. 특히 교육격차에 따른 상흔은 오래간다.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래 디바이드’ 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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