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LG엔솔 이어 삼성SDI와 '연쇄 합작사 설립' 왜?

입력 2021-10-20 11:47   수정 2021-10-20 13:48

세계 4위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는 수준을 넘어 복수의 배터리 제조사와 대규모 합작사를 차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18일 LG에너지솔루션과 연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 규모가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어 19일엔 삼성SDI와도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투자와 합작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조 단위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이틀 국내 배터리사와의 합작사 설립 소식을 알린 스텔란티스는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동화를 추진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여러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테슬라엔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 등이, 폭스바겐에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모두 배터리를 공급한다. 다만 이는 복수 밴더(협력사) 확보 방편으로, 합작사는 특정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과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이들과 달리 스텔란티스가 복수 합작사 설립 ‘강수’를 둔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올해 1월 미국-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 합병으로 출범한 스텔란티스는 자동차 브랜드가 타 업체에 비해 많다. 지프, 마세라티 등 모두 15개 브랜드를 산하에 뒀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형태도 다양하다.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파우치형,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강자로 꼽힌다.

게다가 스텔란티스는 지금 급하다. 경쟁사들에 비해 전기차 전환이 늦었다.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기차 개발·양산에 300억유로(약 41조원)를 쏟아붓는 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이 합쳐진 스텔란티스의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며 “주요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환이 가장 늦다. 빠르게 따라잡으려면 복수 합작사 형태를 통해서라도 검증받은 업체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 41조원 규모 투자를 공언한 만큼 가운데 배터리사와 비용을 분담하는 수조원 단위 배터리공장 설립은 스텔란티스로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뛰어난 선택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사실상 수주하는 격인 배터리 업체는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합작사 설립으로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동차 회사로선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는 상호 윈윈(win-win) 관계가 최근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사 간 합종연횡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종전에는 이런 식의 합작법인은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배터리 기술 유출 우려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전환이 메가트렌드라 검증된 배터리 물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귀띔했다.

스텔란티스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로만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미중 관계를 비롯한 공급망 이슈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을 제외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파나소닉 역시 테슬라나 자국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점이 부담스러워 스텔란티스의 선택지에서 빠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 업계 분위기와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스텔란티스는 안정적으로 품질이 검증된 배터리 공급선을 확보해 본격 전동화에 돌입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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