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만으로 '완전한 친환경'을 담보할 수 없다 [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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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0-21 05:50   수정 2021-12-31 12:03

친환경차만으로 '완전한 친환경'을 담보할 수 없다 [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탈 탄소화(Decarbonization), 지속가능경영(ESG)'. 모든 산업군에서 떠오르고 있는 주요 화두다. 최근 모빌리티 산업에서 이런 키워드들은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친환경차'에만 제한적으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친환경차만으로는 포괄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많은 소비자들도 주지하다시피 전기차의 동력원은 완전한 친환경이 가능하지만 그 동력원을 생성하기 위한 전기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서울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를 1㎞ 이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내연기관으로 동일 거리를 이동시킬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50~60% 수준이며, 미세먼지의 경우 92% 수준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배터리도 또 다른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최근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인데,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 수준은 전체 폐배터리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배터리 외에 자동차 차체와 내장재 모두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완전한 의미의 순환 가능한 차' 달성하려면 '5R 전략' 추진해야
이런 상황에서 모빌리티 업계가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려면 제품 영역에서도 완전한 의미의 순환 가능한 차(Circular car)를 달성해야 한다. 또 전체 사업의 가치 사슬(디자인 > 소싱 > 제조 > 물류 > 사용(제품) > 리사이클링)가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로 변해야 한다. 현재 가장 순환경제로서 진전했다고 평가받는 사용(제품)영역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순환 가능한 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과제들이 필요하다. 동력원인 에너지뿐만 아니라 마쓰다처럼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내구성을 높여 차량의 사용 연한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활용도가 너무 떨어지거나 극한의 사용으로 마모를 높이는 사용 방식을 지양하는 방안 마련이 동시에 필요하다.



전체 가치 사슬에서 순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R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 5R 전략이란 Reduce (감소), Re-use(재사용), Repair(수리), Remanufacturing(재제조), Recycling(재활용)을 의미한다. 모빌리티 사업자들 중 BMW, 도요타, 마쓰다,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은 재활용, 재사용, 감소 영역에서 괄목한 만한 과제들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의 주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은 이런 트렌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순환 경제로의 빠른 전환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인증 중고차 사업, 업사이클링을 통한 클래식 자동차 사업, DIY 수리를 위한 리페어 세트 판매 등 신차 제조 판매에 국한돼 있던 완성차 업체의 사업 영역에 추가적인 매출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순환 경제로의 전환은 정책 지원과 소비자 관심 뒷받침돼야
이런 변화는 모빌리티 업계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정책당국과 소비자의 관심이 더해져야 가능하다. 이미 세계 각국은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CE package’, 캐나다의 ‘제로 플라스틱 폐기를 위한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2018년 ‘순환경제 비전 연구회’를 설립해 순환경제 계획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순환경제 관련 정책들은 에너지원, 폐기물 등 개별 영역에 분산돼있다. 순환 경제의 흐름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관심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전세계 최상위권에 속해 있다. 2015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98.9㎏으로 전세계 1위였다. 민더루 재단이 최근 발표한 2019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에서도 호주, 미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많은 사용량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EY 미래 소비자 지수(EY Future Consumer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소비 의사를 결정할 때 지속 가능성을 점점 더 많이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2021년 5월 기준 전 세계 84%에 달하는 소비자가 소비 의사 결정 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과 순환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정부의 전략과 기업의 정책도 변화할 것이다.

한국의 친환경차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과 저력을 활용해 모빌리티 산업에서 순환 경제로의 전환도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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