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이란 뇌, 척수, 시신경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 면역질환이다. 면역세포의 공격으로 신경을 둘러싼 수초가 손상돼 신체 곳곳으로 가야 하는 신경자극의 전달이 방해받을 때 나타난다. 국내에선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가 3.5~3.6명에 불과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됐다. 세계적으론 25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
연구팀은 다발성경화증에 걸린 실험 동물에게 홍삼의 주성분인 사포닌과 비사포닌을 투여했다. 그 결과 이 성분들이 신경계를 지키는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조절하고, 억제해 수초의 손상을 막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초 손상이 억제되자 실험동물의 운동장애도 완화되는 게 확인됐다.
홍삼 성분이 운동장애 및 인지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인 헌팅턴병을 개선할 수 있다는 단초도 찾아냈다. 헌팅턴병이란 뇌 속 ‘줄무늬체’라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우울증을 비롯해 의도하지 않은 불규칙한 움직임 및 수축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헌팅턴병이 생긴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홍삼의 주성분이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을 증가시켜 헌팅턴병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덕분에 줄무늬체의 신경세포 사멸이 완화되고 운동장애 정도도 개선됐다.
조 교수는 “주요 신경질환을 치료하는 데 인삼과 홍삼 성분을 이용하려는 연구는 많았지만 다발성경화증, 헌팅턴병 같은 희귀질환에 대한 시도는 없었다”며 “인삼과 홍삼의 약리학적 특성을 규명해 이를 이용한 식의약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18~20일 3일간 열린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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