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보안·인공지능(AI) 최고책임자 니컬러스 셰일런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말했다. 15년간 미국은 중국을 기술로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단언이다. 미국 첨단 기술의 심장부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인 그는 정부의 ‘느려터진’ 정책 집행을 비판하며 항의성 사표를 냈다. 세계 AI 기술계가 들썩인 것은 물론이다. 미· 중 간 데이터 초격차가 그가 꼽은 위기의 근원이다. 사회주의 일당 독재 중국은 개인정보 보호는 고민할 필요 없이 마음먹은 대로 강력한 국가 지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게 다르다. 14억 인구가 쏟아내는 빅데이터는 딥러닝으로 진화하는 AI에 최적의 생육 조건이다. 데이터는 AI의 전부다.
게임의 룰은 ‘승자독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가 독식하는 정보기술(IT) 비즈니스만 봐도 그렇다. 이들의 영토를 거치지 않고는 사업을 하기도, 사생활을 즐기기도 어려운 종속 구조가 철옹성처럼 견고하다. 세계의 부(富)가 블랙홀처럼 그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애플 한 곳 시가총액만 2900조원, 삼성전자(420조원)를 포함한 우리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이들을 키워낸 미국을 중국이 앞지르기 직전이다.
우리 기업인들은 그사이 법정으로, 국정감사장으로 불려가기 바쁜 게 현실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세 번이나 똑같은 이유로 국감장에 호출됐다. 직방, 야놀자 등 갓 날개를 편 스타트업 플랫폼의 군기를 잡겠다며 벌써부터 회초리를 드는 ‘얼리버드’ 규제를 밀어붙이는 게 우리 정치권이다. 시가총액 2000조원 이상을 주로 규제하는 미국은 규제의 적기를 몰라서 대상을 좁히고 있는 것일까.
세계는 기술패권 전쟁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뿌려주기식 정치 방정식으론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한 생존 게임이다.
20일 한국경제신문사와 AI원팀이 함께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을 출범시킨 것도 이런 전쟁의 해법을 찾는 민간 차원의 자구책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능가할 유망 AI 스타트업 100곳을 발굴·육성하는 국내 첫 플랫폼이 지향점이다. 플랫폼을 작동하는 건 경쟁과 교류, 협력이란 엄정한 시장의 법칙이다. 유니콘기업을 넘어, 기업가치 10조원을 돌파하는 미래 ‘데카콘기업’이 이 생태계에서 선순환의 씨앗을 틔울 것이다. 미래학자 피터 다이아몬드는 말했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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