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만큼 무서운 질주, 당근마켓 미래에 대한 의문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1-10-20 08:49   수정 2021-10-20 08:52

하이퍼로컬 플랫폼은 꽤 오래된 비즈니스다. 동네 혹은 인근 지역의 사람들끼리 필요한 상품을 비롯해 정보와 서비스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중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먼 옛날 자생적으로 형성됐던 시장의 원형(源形)에 가깝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태동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다. 글로벌 ‘동네 상거래 플랫폼’의 원조 격인 크레이그스리스트(The Craigslist)만 해도 1990년대 중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됐다. 지역 소모임 참가자를 위해 e메일 리스트를 정리해주는 비영리 서비스에서 시작해 지금은 매달 방문자만 4억명에 달하는 초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이퍼로컬을 지향하는 플랫폼은 이베이, 아마존과 같은 초연결 상거래 플랫폼과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글로벌 e커머스 플랫폼은 애초터 수익을 목표로 설립됐다. 학술적인 용어로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이익의 승수효과’를 추구한다. 2000년대말 모바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연산능력과 컴퓨터 기억장치의 민주화가 가능해지자 글로벌 상거래 플랫폼들은 전세계의 상품 공급자와 그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자의 네트워크망을 만듦으로써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피터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플랫폼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에 속하는 수많은 시장을 세상에 창출함으로써 보다 많은 선택을 고객에게 제시한다”고 갈파했다. 중세의 연금술사도 하지 못한 것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틸은 빅 플랫폼 기업들을 ‘경제 마법사’라 칭했다.

이에 비해 하이퍼로컬 플랫폼들은 대부분 크레이스스리스트처럼 비영리 공익 서비스로 출발했다. 2000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검트리(Gumtree)만 해도 낯선 이방인의 도시, 런던에 갓 도착한 오스타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출신의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구직을 도와주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모태다. 영국계 이민자들의 사교 모임인 셈이다. 국내 대표적인 하이퍼로컬 플랫폼인 당근마켓도 마찬가지다. 부모를 따라 유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일요일이면 동네 상인들이 여는 선데이마켓이나 이웃들끼리 물건을 내놓고 필요한 것들을 교환하는 플리마켓(벼룩시장)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이퍼로컬 플랫폼의 이 같은 태생적 특성은 아직까지도 뚜렷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 한가지 모순을 낳고 있다. ‘이용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이를 통해 플랫폼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Craigslist, Offerup), 영국(Gumtree, Shpock), 캐나다(Kijiji, Poshmark) 등 주요 하이퍼로컬 플랫폼들 대부분이 여태껏 IPO(기업공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건 모순의 방증이다. 글로벌 벤처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 유치 실적도 그리 신통치 못하다. 아직까지 하이퍼로컬 플랫폼 영역에서 조(兆) 단위 투자를 받은 ‘유니콘’이라고 할만한 곳은 없다. 당근마켓만 해도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시리즈D까지의 누적 투자 규모는 2270억원에 불과하다. 쿠팡과 야놀자가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단번에 2조원을 투자받았다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하이퍼로컬 플랫폼이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는 서비스 자체가 비영리, 공익적인 성격이 너무 강해서다. 크레이그스리트스는 인터넷 주소에 ‘.com’이 아니라 ‘.org’를 사용했다. 이용자들은 자신에겐 사용가치가 다했으나 시장에서 교환가치가 여전한 ‘애장품’을 중고거래를 통해 판매한다.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최근의 가치 소비 흐름과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하이퍼로컬 플랫폼의 이용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동네의 작은 소모임들을 활성화시키는데에도 하이퍼로컬 플랫폼은 엄청난 기여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같은 착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서비스에 돈을 매기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수익성이라는 관점에서 당근마켓의 미래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당근마켓의 창업자들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동네 소상공인들로부터 소액 광고를 유치하고, 청소연구소 등 특정 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들을 여럿 입점시키고 있다. 동네 소모임들을 활성화시키고, 동네 다양한 정보를 집결시키려고 하는 것도 향후 어떤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지에 관한 실험들이다.

기자가 지난해 11월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돈을 버는 게 목표가 아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의 주요 수익원은 동네 상인들의 광고가 될 것”이라며 “광대기업의 광고는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 “동네 상인들의 광고는 지역 정보를 원하는 당근마켓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컨텐츠 역할을 하는데 비해 기업들의 광고는 당근마켓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아서”가 이유다. 한국산 하이퍼로컬로 글로벌 플랫폼을 꿈꾸는 김 대표의 이상이 현실로 실현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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