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씨(29)는 예비 창업자다. 다음달 초 피부관리숍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사업자 등록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지난 7월부터 피부 미용사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이 중지돼 자격증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8월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는데, 석 달째 손가락만 빨면서 실기시험이 재개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매년 2만 명 안팎 배출됐던 자격증 취득자도 급감했다. 지난해엔 1만2940명, 올해는 9769명이 시험에 합격하는 데 그쳤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피부·메이크업 미용사 실기는 응시자들이 시연 모델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는 모델들이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마스크를 벗는 게 불가능해 아예 시험을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험만 바라보던 취업·창업 준비생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씨는 “지난 5월 직장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 2000만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창업에 필요한 화장품 재료와 인테리어에 쓸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직 창업을 하지 않은 만큼 이들은 사업자 대출도 받을 수 없다. 지난 6월부터 피부 미용사 자격증을 준비한 서모씨(26)는 “시험 인원을 줄여서라도 실기시험을 진행하면 좋겠다”며 “영화제 같은 행사도 재개했고, 유흥가에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왜 자격증 시험만 열리지 않는지 속이 탄다”고 했다.
피부·메이크업 미용사 자격증 시험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향후 위드 코로나 전환 등 정부 방역정책을 고려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통계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용업 등 기타 개인 서비스업은 평균적으로 6900만원의 창업 비용이 든다. 창업자 중 46%는 5000만원 미만으로 창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9300만원), 숙박 및 음식점업(1억400만원)보다 창업 비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창업자가 많이 택한다는 얘기다.
다른 직종 대비 매출원가도 적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타 서비스업의 경우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파리바게뜨 같은 프랜차이즈는 매출원가가 51% 수준”이라며 “자본이 없는 창업자가 기술 자격을 취득해 서비스업에 많이 도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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