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눈동자에 비친 이미지 vs 명화 속 거울에 담긴 이미지 [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2021-10-24 06:07  


최근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실언에 대한 사과를 한 뒤 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세칭 ‘개 사과 사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조작된 이미지인지 진위 여부가 획인되진 않았지만) 개의 눈동자에 어렴풋하게 드러난 이미지가 널리 유포된 탓에 윤 전 총장이 해당 사진을 찍는 공간에 같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눈동자에 비친(반사된) 이미지는 주로 거울과 관련된 유명 명화 속 숨은그림찾기를 떠올리게 하는 점이 많습니다.

과거 서양에서 그림은 속 거울에 비친 모습은 바니타스(허영·vanitas)를 상징하거나, 정확한 이미지 표현, 색다른 관점의 제시, 화가가 꼭 드러내고 싶었던 부분에 대한 은밀한 표식 등을 위해 널리 활용됐습니다. 2차원 평면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공간을 확장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거울 속 숨은그림찾기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입니다. 1424년 작으로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뒤에 배경처럼 그려진 거울에는 오목한 십자형 창문과 샹들리에, 붉은 커튼이 담긴 침대, 작은 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오는 두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작은 남자와 결혼하는 주인공 부부의 뒷모습이 빠짐없이 담겼습니다. 정말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클라라 페테르스의 정물화 속에는 화가의 '자화상'이 숨어있습니다. 정물의 금속제 뚜껑에 반사된 화가의 얼굴을 찾으셨는지요.


작품에서 '거울'의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티치아노의 '거울이 있는 비너스'는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도 풀서비스하는 작품입니다. 전통적인 프로필 그림에선 나타나지 않는 눈의 왼쪽 부분과 부드러운 어깨의 윗부분까지도 감상자가 모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에선 마르가리타 공주의 부모인 펠리페 4세 부부의 모습이 거울 속에 담겨 있습니다. 화가인 벨라스케스가 정작 그리는 대상은 공주가 아닌 왕과 왕비였나 봅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에두아르 마네의 1882년작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에선 술집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거울 속에 비친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마치 실제로 술집을 방문한 것과 같은 느낌도 동시에 받게 됩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책 속의 내용까지 읽을 수 있게 상세하게 그려진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에선 유명한 왜곡된 해골의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이 해골은 작은 둥근 볼록거울의 곡면에 반영된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하는데요. 정면이 아닌 옆에서 보면 입체적으로 해골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도 합니다.


현대 화가 메리 캐세트의 '해바라기를 든 여인'에는 거울이 두 개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손거울을 들고 노는 아이, 그리고 방에 걸린 큰 거울인데요. 휴대용 거울을 통해 아이의 옆모습이 아닌 정면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유명 화가들이 거울을 매개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전달하는데 큰 공을 들었습니다.

거울 속 이미지는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측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간과했던 진실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때론 거울에 의해 진실이 왜곡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거울이 전하는 것 중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반사된 이미지'라는 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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