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모르는 겨울 - 신용목(1974~)

입력 2021-10-24 18:18   수정 2021-10-25 02:43

밤은 음악에 속해 있지만 늘 하루에 갇힌다.

초인종 소리처럼 눈이 내리고,

그는 제 걸음마다 수천수만 개의 바람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가로등 아래서는 폐가처럼 어둠이 부서져 있다는 것을.

초인종 소리가 하얗게 쌓이고

거기 찍힌 발자국이 끝내 들어서지 못한 문 밖에서 얼어 죽은 조금 전의 자신이라는 것을 모른다.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문학동네) 中

시월이 오고 가는 동안, 첫 추위가 왔습니다. “초인종 소리처럼 눈이 내릴 것” 같은 추위입니다. “문 밖에서 얼어 죽은” 것이 있습니다. 나뭇잎과 귀뚜라미와 여치입니다. 겨울잠에 들지 못한 유혈목이 새끼도 있겠군요. 때 이른 추위가 불한당처럼 들이닥쳤지만, 우리는 이 차가운 나날에 빨리 갇히길 바라는지도 모릅니다. 하룻밤 사이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넘게 줄었습니다. 백신 2차를 맞고 일주일 동안 앓았습니다. 앓고 보니까 이 차가운 공기가 나를 살아나게 합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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