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은 여전히 ‘일시적’ 물가 상승이란 진단에 무게를 뒀다. 무너진 공급망이 회복되고 급격한 소비 수요가 진정되면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제 상황을 두고 정부와 시장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9월 기준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올랐다. 5월 이후 5개월째 5%대 고물가를 유지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겪은 극심한 경기 침체와 올해 초 소비 수요 급증이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판단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 “공급망과 노동 문제가 해결돼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하는 게 가장 가능성 높은 경우의 수”라고 했다. 여전히 ‘일시적’ 위험이라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런 진단에 힘을 보탰다. 기타 고피너스 IMF 수석경제학자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물가 상승은 지난해 경기 침체 이후 예견된 것”이라며 “내년 말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비누회사인 영국 유니레버는 올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제품 가격을 4.1% 인상했다. 급등한 생산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식품기업 네슬레의 제품 가격도 올 3분기 2.1% 올랐다. 프록터앤드갬블(P&G)도 조만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가격을 올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싸도 매출이 줄지 않는다는 경험이 쌓여서다. 상점을 찾을 때마다 더 비싼 가격표를 마주하게 되는 ‘스티커 쇼크’가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시장이나 사회가 갖고 있는 ‘두려움’보다 더 클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튜더인베스트먼트의 폴 튜더 존스 창업자는 “수조달러의 재정 지원과 경기부양책은 높은 물가를 연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정부가 푼 막대한 자금이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 실물 경제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미국 물가상승률이 4%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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