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경제성장률(0.3%)은 시장 추정치(0.5~0.6%)를 밑돌았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였고 기업은 설비투자를 축소한 영향이다. 부진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4%)를 달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다음달 방역체계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하는 데다 소비쿠폰·상생소비지원금(카드캐시백) 등 소비진작책도 내놨다. 성장 갉아먹은 내수
한국은행은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477조714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3% 늘었다고 26일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엄습한 작년 2분기(-3.2%) 후 가장 낮았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비롯한 내수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2분기 2.5%포인트였던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3분기에 -0.5%로 성장세를 갉아 먹었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8%를 기록해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증가율은 지난 3분기 -0.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지난 7월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영향이다. 거리두기 여파로 식당·카페에서 쓰는 가계의 씀씀이가 큰 폭 줄었다.
기업 투자도 감소해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2.3%를 기록해 2019년 1분기(-8.3%) 후 가장 나빴다. 기업의 트럭·승용차를 비롯한 운송장비 투자가 대폭 감소한 결과다. 공급망 훼손으로 차량용 반도체 조달이 끊기자 트럭과 승용차 수급 여건이 나빠졌다.
아파트, 공장, 창고, 교량 등 건설투자 증가율은 -3.0%를 기록해 전 분기(-2.3%)보다 감소세가 더 두드러졌다. 3분기 건설투자 감소율은 작년 3분기(-3.9%) 후 가장 컸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철근 가격이 치솟자 댐과 교량 등 토목건설이 대폭 줄었다.
내수가 쪼그라들었지만 수출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3분기 수출 증가율은 1.5%를 기록해 전분기(-2.0%)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춘 전세계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서 석탄·석유제품과 기계 및 장비 수출이 큰 폭 불었다. 산업별로 보면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제조업의 생산이 전분기보다 0.2% 늘었다. 전분기(-1.3%)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업종이 선전하면서 0.4% 증가했다. 반면 토목건설이 줄어든 건설업 생산은 1.7% 줄었다.
'성장률 4%' 낙관한 한은
한은은 올해 4% 성장률 달성 여부에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 올 4분기에 좋은 성적표를 거둬 3분기 부진을 만회할 것이라고 봤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 경제가 한은의 8월 전망치(4%)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올해 성장률이 4%를 기록하려면 올해 4분기 성장률이 1.04%를 웃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확대와 다음달 방역체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민간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가계도 지갑을 활짝 열 전망이다. 한은은 위드 코로나로 사람들 이동이 10% 늘면 식당·카페 등 대면서비스 업종에서 사용하는 카드금액이 월평균 5%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 결제금액으로 보면 월간 1조2000억원 정도가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내놓은 '유류세 20% 인하안'도 가계 씀씀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음달 12일부터 적용되는 인하한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 116원이 내려간다. 수출도 선전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4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6.1%(91억달러) 불었다.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4분기에 공급망 충격이 줄어들면서 부품·원자재 수급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서비스업 생산도 늘면서 4분기 성장률은 반등하면서 올 성장률 4%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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