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통신 먹통과 디지털 안보

입력 2021-10-26 17:28   수정 2021-10-27 00:41

지난 6월 미국 백악관과 영국 정부 홈페이지가 동시에 마비됐다. 뉴욕타임스와 CNN, BBC 등 주요 언론 웹사이트도 접속불능 상태에 빠졌다. 5월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회사와 글로벌 육가공회사 물류체계가 랜섬웨어 공격으로 무너졌다. 정보기술과 보안관리 전문회사 사이트까지 먹통이 됐다.

현대는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사회’다. 글로벌 경제와 4차 산업혁명의 요체도 온·오프라인을 잇는 초연결성이다.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디지털 암흑’에 갇히고 만다. 시스템 붕괴뿐 아니라 인명 피해, 안보 위협까지 겹친다.

2017년에 150여 개국의 병원과 은행, 기업을 마비시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는 영국 의료체계를 무너뜨려 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 당시 한국 기업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미·영 정보당국은 10개월간 수사 끝에 “북한이 배후인 해커집단 ‘라자루스’가 이 공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러시아·중국과 함께 사이버 공격의 ‘3대 축’으로 꼽힌다. 북한 사이버전 인력은 지난해 6800여 명으로, 1000여 명에 불과한 우리의 7배다. 우리 군에 대한 해킹 시도도 2017년 3986건에서 지난해 1만2696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7166건에 이른다.

현대전의 승부는 감시·통신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 군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통신망이 붕괴되면 게임 끝이다. 여기에 쓰이는 가공할 무기 중 하나가 EMP(electro magnetic pulse·전자기파) 폭탄이다. 강력한 전자기장으로 전자회로를 파괴해 모든 통신장비와 전산망, 교통수단을 못 쓰게 만든다. 2017년 북한 핵실험 규모와 비슷한 100kt급 EMP탄 한 방이면 우리나라 전체가 꼼짝달싹도 못 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내부 사고다. 그제 85분간 전국적으로 먹통 사태를 빚은 KT는 군 통신망까지 책임지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다. 그동안 사고가 몇 차례 있었는데도 이런 일이 재발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를 자랑하는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국가 통신망은 ‘디지털 안보’의 핵심 요소다. 아무리 정보통신 인프라가 뛰어나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사고는 예고 없이 터지고, ‘보이지 않는 적’은 가장 취약한 틈을 파고든다. 내부든 외부든 마찬가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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