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의 패권전쟁에서 승부를 가를 ‘파괴적 혁신’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인 화재 위험성과 주행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근접하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ES는 전해질을 100% 고체로 채우는 게 아니라 10%가량 액체를 섞는 방식으로 이온 전도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덴드라이트는 고농도 전해액, 고급 코팅, 알고리즘을 통한 용해 프로토콜로 해결했다.
배터리 성능은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에너지밀도가 ㎏당 417Wh(L당 935Wh)에 이른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당 250~300Wh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크기 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했을 때 30%가량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12분 만에 10%에서 90%까지 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기존 최고 수준은 18분 만에 10%에서 80% 충전이다.
내구성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충·방전을 800번 반복했을 때까지 배터리 성능이 80%로 유지됐다. 30만 마일(약 48만㎞)을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열 안정성 등 다양한 테스트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험실 이론이 아니라 실제 제품으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기존 업체들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SES는 다음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계획이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중국 상하이에 연간 1GWh 규모의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공장을 2023년까지 짓겠다는 구상이다. 내년엔 주요 투자자인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에 차량용 샘플을 납품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는 특히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설비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추가 설비투자 비용을 줄이고, 양산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솔리드파워는 주요 투자자인 포드와 BMW에 내년까지 테스트를 위한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도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완성차-배터리-스타트업’ 간 배터리 합종연횡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SES, 솔리드파워와 경쟁하는 미국 퀀텀스케이프는 앞서 폭스바겐과 손을 잡았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퀀텀스케이프에 1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전체 투자액을 3억달러로 늘렸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지금까지 주요 배터리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액이 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절반이 퀀텀스케이프에 투입됐다는 분석이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한다고 지난달 발표한 도요타는 “차량과 배터리를 일괄 개발해 완성차 한 대당 생산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라며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는 기존 목표대로 2020년대 전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라는 큰 틀 아래 조금씩 다른 기술들이 진보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완성차와 배터리사, 배터리사와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완성차 등이 손을 잡고 새로운 배터리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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