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기업 '투톱'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급을 포함한 경영진 쇄신 및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각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고, 문어발식 사업확장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던 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체질 개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불거졌던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 관리 책임자로 지목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후임도 물색하고 있다. 최 대표가 물러나 공석이 된 네이버 COO 공석을 비롯해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등 주요 리더 체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선 한성숙 대표의 교체설이 흘러나온다. 2017년 3월 대표에 오른 뒤 네이버 빅테크 도약을 이끈 한 대표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글로벌투자책임자(GIO), 신중호 Z홀딩스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에 이어 네이버 글로벌화로 역할을 바꿀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관건은 한 대표와 최 대표의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자체 운영하는 8개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들도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해진 GIO는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경영진 전면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직원 사망 사건 발생 이후 지난 6월 경영 쇄신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네이버는 올 연말까지 대표급 인사 교체를 포함한 새로운 조직 체계를 구성할 방침이다.
카카오 내부에선 후임 후보군으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CTO), 정주환 신사업 총괄 부사장,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김범수 카카오 의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50대인 홍 대표를 제외한 이 대표, 정 CTO, 정 부사장은 40대다. 카카오는 이미 2015~2018년 임지훈 대표 시절 30대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 대표는 NHN 출신으로,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에서 부사장을 지내다 포도트리를 창업해 카카오에 매각한 인물이다. 정의정 CTO는 카카오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로서 '카카오톡 채널' 등 수익 사업을 이끌었다. 카카오 CBO와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역임한 정주환 부사장은 사업개발, 마케팅, 인수합병(M&A) 등 기술기업 경영에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 출신인 홍 대표는 NHN을 거쳐 카카오에서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과 최고업무책임자(COO) 등을 역임했다.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관리형 CEO' 역할이 부각됐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글로벌 매출 비중을 높여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겠다는 목표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도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주요 변곡점으로 꼽았다. 수년 내 라인을 제외한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골목상권 침탈 논란의 중심에 선 카카오도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한 숙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발표될 네이버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안은 제2창업에 준하는 대대적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결국 이 창업자가 어느 선까지 칼을 들이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대표 교체설이 나오고는 있지만 직접 사의를 표한 적은 없다"며 "올해 김 의장이 국정감사에 이례적으로 3번이나 출석하며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대표 인사만큼은 긴 호흡으로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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