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원자재'라더니 힘 못쓰는 탄소배출권 ETF, 왜?

입력 2021-11-02 16:03   수정 2021-11-02 16:09


9월 말 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 출시된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 급락을 반복하며 탄소배출권 가격의 변동성을 키운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2일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은 2.85% 내린 92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종가(1만100원) 대비 8.8% 하락했다. 이달 초 세운 장중 고점(1만465원) 대비 12% 떨어진 상태다.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은 상장 첫날 종가 대비 8.3% 하락 마감했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과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의 상장 이후 수익률은 각각 -3.2%, -1.6%다.

탄소배출권은 기업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일정기간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으면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부족분을 메꿔야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이 탄소 저감 정책을 강화하자 작년부터 탄소배출권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9월 초 유럽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t당 60유로를 돌파했다. '녹색 원자재'로 불리는 탄소배출권 관련 투자상품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9월 30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탄소배출권 ETF는 상장 첫날 거래대금이 1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달 초 t당 65유로를 넘었던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60유로선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마주한 유럽과 '에너지 무기화'를 앞세운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서다.

천연가스 가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급등, 급락을 반복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휘청이고 있다. 함형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탄소배출권과 천연가스는 가격이 연동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석탄 수요로 이동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도 늘고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게다가 미국보다 탄소 저감 기조가 강한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도 상대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에 비해 유럽 탄소배출권 ETF가 더 큰 하락폭을 보인 배경이다.

지난달 중순 탄소배출권 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며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조사를 시사한 것도 단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탄소중립을 위한 설비 투자가 대폭 늘어나면 탄소배출량 자체가 줄어 탄소배출권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탄소배출권은 수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예측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내년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69.87유로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탄소중립 등 각국의 탄소 저감 정책으로 탄소배출권 공급은 늘기 어려운데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만한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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