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2명의 대통령 중 사과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퇴임 전까지 열 번 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때는 당선인 신분으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그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농민 사망 사건 때, 형 노건평 씨의 부동산 의혹 사건 때도 어김없이 나와 사과했다. 2007년 신년 연설에선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번에 잡지 못해 미안합니다”며 고개를 떨궜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 사과를 했지만 그만큼 책임을 통감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는 퇴임 후 가족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극단적 선택’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문 대통령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은 본래 자신에게 불리한 일에는 자기방어적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다. 프로이트는 “부인과 변명, 거짓말은 인간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방어기제”라고 했다. 극히 인간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영국 팝가수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미안하다는 말이 가장 어려워)’(1976년)가 50년 가까이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사과가 그렇게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히 사과하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리더라면 과감한 사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위기를 단번에 기회로 바꾸는 승부사 기질도 필수다. 사과를 ‘리더의 언어’라고 하는 이유다.
그래서 여야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어차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다. 선심성 공약에선 여야 모두 도긴개긴일 게 뻔하다. 관건은 누가 인간적 면모를 보이느냐가 될 수도 있다. 그간 잘못과 거짓말에 대해 화끈하게, 납작 엎드려 사과 한번 해보시라. 그 진정성을 인정받는 자가 대권을 거머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과를 할 ‘도량’이 아니면 진작 그만두는 게 낫고, 법적 책임 문제 때문에 사과를 기피한다면 그 역시 탈락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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