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기업들에 남긴 ‘깊은 상처’가 또 한번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의 40.9%로 집계됐다. 이 또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국내에서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기업의 비중은 2017년 32.3%, 2018년 35.2%, 2019년 36.6%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자보상비율이란 기업의 1년치 영업이익을 그해 상환해야 할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 값이 100% 아래라면 사업해서 남긴 이익으로 은행에서 빌린 채무의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원칙대로라면 한계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 맞다. 냉정한 말로 들리겠지만, ‘망할 기업은 망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한계기업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업들이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까지 가로막게 된다. 한계기업에 빌려준 돈은 떼이기 쉽다는 점에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1990년대 일본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좀비기업이 속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파장을 우려해 과감히 정리하지 못했다. 결국 은행이 망가지고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드는 한 원인이 됐다.
한은은 올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일반 기업의 48%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또 좀비기업 비중이 2010~2018년 늘지 않았다면 다른 기업들의 노동생산성이 1.01%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계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5~10년 동안 100%를 웃도는 정상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는 전체의 15.0~36.3%에 불과했다. 한 번 ‘좀비’가 되어버린 기업의 상당수는 부실을 벗지 못했다는 의미다.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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