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 몰린 디어유·디지털 포토카드…팬덤이 키우는 엔터 [연계소문]

입력 2021-11-07 10:30  


누구나 한 번쯤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정성스레 오려 방 한편에 붙여본 기억이 있을 테다. 더 나아가 음반을 사고, 그 안에 있는 포토카드를 모으게 되면 그때부터 헤어나기 힘든 '덕질'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단순히 응원하던 개념에서 벗어나 이제 팬 활동은 한층 광범위하고 다채롭게 이루어진다.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언제든 내 가수를 공통분모로 여러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매장 방문 없이 편하게 MD를 구매할 수 있으며, 아티스트와 대화하듯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K팝 시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앨범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이 국내 및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에서도 인기를 누리며 앨범을 백만 장 단위로 팔아치우고 있다. 트리플 밀리언셀러(300만장 이상 판매) 탄생 소식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최근 팬 플랫폼 기업 디어유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일반 공모 청약에서 17조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청약에 62만6121건이 참여하면서 경쟁률은 1598.15대 1을 기록했다. 막강한 팬덤 화력을 동력으로 삼아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디어유 버블'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지인들과 대화하듯 아이돌 멤버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핫'한 서비스로 통한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던 과거와 달리, 은밀하게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직접 소통' 콘셉트가 팬심을 제대로 자극한 것이다.

디어유는 오는 10일 상장한다. 이후에도 유명 가수와 팬덤층이 두터운 스포츠 스타, 해외 연예인 등을 추가로 영입하며 신규 IP 구축에 열을 올릴 예정이다.

디어유의 시작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엔터 업계가 있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의 100% 자회사인 에스엠스튜디오가 최대 주주로 있고, 지난 6월 JYP엔터테인먼트가 2대 주주로 합류했다. 즉, 팬덤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엔터 업계에서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지닌 아티스트 IP는 팬덤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된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 엔터 업계는 K팝의 호황에 발맞춰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팬들의 소비욕을 자극하는 각종 마케팅 전략을 온라인 플랫폼에 태워 보내고 있고, 여러 IT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는 지난 4일 회사 설명회를 열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밝혔다. 아티스트 IP를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무한 확장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따르면 새롭게 만들어내는 스토리의 웹툰 및 웹소설에 가수들을 대입해 넣는다. 게임 안에서도 아티스트들이 활용된다.

이 모든 것은 팬 경험의 확장이라고 하이브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또 하나는 NFT 사업 진출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와 손 잡고 디지털 굿즈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아티스트의 얼굴이 담긴 포토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로 앨범에 끼워 같이 제공되는 포토카드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굿즈 중 하나다. 팬들은 포토카드를 종류 별로 모으기 위해 앨범을 구매하고, 이를 서로 교환하거나 필요로 하는 다른 팬들을 위해 나눔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포토카드를 매개로 한 하나의 팬 문화가 만들어졌다.

방 의장은 "음악 산업과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시너지로 곧 다가올 미래를 팬분들이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일례로 포토카드가 디지털 상에서 고유성을 인정받아 영구적으로 소장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버스 같은 팬 커뮤니티에서 수집, 교환, 전시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눈으로 보이고, 손에 잡힐 때 소장 가치가 높아졌던 아티스트 굿즈를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러한 디지털 굿즈를 활용해 가상 공간을 꾸밀 수도 있다고 했다.

양사는 두나무가 하이브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0억 원을 투자하고 동시에 하이브도 같은 방식으로 두나무에 약 5000억 원을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실 하이브에 앞서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형 엔터사로서는 처음으로 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JYP는 지난 6월 말 두나무와 NFT 연계 디지털 굿즈 제작·유통·거래 및 일련의 부가서비스를 개발·제공·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을 함께하는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두나무는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보유한 JYP 지분 2.5%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JYP와 공동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설립 투자를 함께하기로 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으로, 음악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복제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디지털 원본'의 의미를 부여한다. 소장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팬들의 성향,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도가 높아진 최근의 상황 등을 종합해 NFT는 K팝 시장에서 소비력을 강하게 이끌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기대감을 증명하듯, 하이브의 주가는 회사 설명회 당일인 지난 4일 전날보다 2.89% 뛴 35만6500원을 기록했다. 다음 날인 5일에도 전날 대비 7.57%나 상승한 38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극심한 상업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나친 아티스트 상품화가 음악적 가치보다 우선시되면 팬덤의 응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하이브의 회사 설명회가 있던 날 트위터에서 팬들은 '하이브굿즈_불매', '팬들은_무대를 원해', 'BoycottHybeNFT' 등의 해시태그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에 발맞춰 팬덤 비즈니스 또한 디지털화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면서도 "하지만 팬덤 경제는 열성적인 소비 경향을 보이는 팬들의 화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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