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봉·만족도 1위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 [강홍민의 JOB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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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08 09:29   수정 2021-11-08 10:10

매년 연봉·만족도 1위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 [강홍민의 JOB IN]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도선사에게 가장 큰 칭찬은 ‘굿 잡(Good Job)’입니다. 선박을 안전하게 접·이안 한 뒤 선장에게 ‘굿 잡’이라는 말을 들을 때의 성취감은 매우 크죠. ‘굿 잡’안에는 “도선을 잘해줘서 고맙다”는 뜻이 함축돼 있거든요.(웃음)”

해기사의 꽃으로 불리는 ‘도선사’는 배를 타는 모든 이들의 꿈이자 로망이다. 선망의 대상은 직업인만큼 도선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3등 항해사부터 선장까지 15년 이상의 바다 경험을 쌓아야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시험의 난도도 높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도선사를 꿈꾸던 한기철 도선사는 해양대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복무, 1984년 현대상선을 시작으로 15년 간 오대양을 누비면서 바다 경험을 쌓았다. 2007년 부산항 도선사가 된 그는 2018년 2월 부산항도선사회장으로 취임, 2020년 ‘제25회 바다의 날’에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년 연봉·직업 만족도 순위에서 1~2위를 다투는 직업 ‘도선사’, 바다 위의 베테랑 한기철 도선사에게 들어봤다.



도선사는 어떤 직업인가.
“도선사는 항만에 입·출항하는 강제 도선 대상 선박에 승선해 접·이안 작업을 직접 시행하는 직업이다. 선장 출신의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선박의 접·이안을 선장이 아닌 도선사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선박을 항내에서 안전하게 운항하고, 항만시설을 보호하며, 항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강제도선제도를 시행 중이다. 무엇보다 각 항구마다 수심, 암초, 조류 등 항만의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가 직접 조선하며 도선을 해야 안전하게 접·이안 작업을 시행할 수 있다.”

도선법이 있는 걸로 안다.
“강제 도선구역에서는 총톤수 500톤 이상의 외국적 선박, 국제항해에 취항하는 500톤 이상 국적선 선박, 2000톤 이상 국내 내항선은 반드시 도선사가 승선해야 한다. 도선대상 선박은 컨테이너선, 화물선, 대형크루즈, 어선 및 항공모함, 잠수함 등 군함까지 포함된다.”

"국내 약 260명 도선사 활동···각 도선구별로 근무형태 달라, 부산항 16일 근무 10일 휴가 시스템"

국내 도선사는 몇 명인가.
“국내 약 260명의 도선사가 전국 12개 도선구에 배정돼 근무하고 있다.”

근무는 어떤 식으로 하나.
“도선구별로 조금씩 다르다. 제가 근무하는 부산항은 56명이 순번에 따라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주간(06시~18시) 이틀 근무 후 야간(18시~06시) 1일 근무한 뒤 다음날 쉰다. 보통 16일 근무 후 10일 휴가를 받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일부 도선구에서는 일주일 근무, 일주일 휴가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선장 경력 3년 이상 돼야 도선사 시험 응시 자격 주어져···도선사 평균 합격 연령대 40대 중반, 10년 전 비해 많이 낮아져”

도선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자격이 있다면 무엇인가.
“총톤수 6000톤 이상 선박에 선장으로 3년 이상 승선하면 도선사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도선수습생 전형시험(선박운용, 항로표지, 법규, 영어)과 면접시험에 합격하면 배정 도선구에서 6개월 간 200척 이상의 도선 실습을 거쳐야 한다. 실습을 마치고 나서 실기 및 면접시험을 거쳐 도선사 시험에 합격하면 면허가 주어진다.”

선장이 되기까지 직급 체계는 어떻게 이뤄져있나.
“처음 승선을 하게 되면 3등 항해사(2년), 2등 항해사(2~3년), 1등 항해사(5~10년), 선장으로 올라간다. 도선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채우기까지 평균 15년 정도의 승선 경력이 필요하다. 2010년 무렵 도선사 평균 합격 연령대가 54세였다. 최근 응시자격이 낮춰져 40대 중반으로 내려오긴 했다. 그래도 도선사의 연령대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도선수습생시험 경쟁률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8.6 : 1 11.4 : 1 8.6:1 7.4:1 *자료출처=해양수산부

연간 몇 명의 도선사가 배출되나.
“예전에는 1년에 10여명 정도 뽑았는데 최근에는 매년 약 20명을 뽑는다. 과거에 비하면 선발 인원 증원으로 합격이 많이 수월해진 편이다.”

도선사 합격 이후에는 어떤 과정이 있나.
“시험에 합격한 도선사들은 시험 응시 전 지원한 희망 도선구 및 시험 성적에 따라 도선구를 배정받고, 이후 6개월 간 현장도선 실습을 받게 된다. 선배 도선사를 따라다니면서 기본도선 교육을 비롯해 항만의 항로표지, 지형지물, 예선 사용법 등을 도제식으로 실무를 배우게 된다. 교육을 마치면 현장에 투입되는데, 도선법에 따라 연차별로 다루는 선박의 크기가 달라진다. 도선사 1년차는 3만톤 이하, 2년차 5만톤 이하, 3년차는 7만톤 이하의 선박을 도선할 수 있다.”

도선할 선박에 도선사가 승선한 후에는 어떤 일을 수행하게 되나.
“승선하면 선장은 도선사에게 그 선박의 제원 등에 관한 PILOT CARD를 제공한다. 그 카드에는 선박 제작년도, 길이, 엔진마력 등 선박 제원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고 선박마다 입출항시 화물적재 상태에 따라 컨디션이 전부 다르다. 선박의 제원, 특성 및 컨디션을 확인한 후 선장에게 예정 도선 계획을 설명해주고 선장 및 선교 인원들과 한 팀이 되어 안전한 항해 및 접·이안 작업을 실행하게 된다.”




“도선사고 발생하면 수천억원, 수조원 피해 생길 수 있어···도선사, 임기응변능력과 강인한 체력&정신력은 필수·외국어 구사 능력도 중요”

도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안전한 선박 운용을 위한 항해술, 그리고 도선 요령을 잘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천억 원, 수조원이 넘는 선박이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같은 맥락으로 도선사는 책임감도 남달라야 한다. 또한 입·출항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능력도 필요하다. 부득이하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올 초 수에즈 운하에서 도선 중 발생한 사고만 봐도 알 수 있듯 대형 도선사고는 수백,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선 업무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항해하는 선박에 사다리로 승하선을 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정신력도 필요한 직업이다. 또 하나 꼽자면 외국선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외국어 구사 능력은 필수다.”

항해 중인 선박에 승하선을 할 때 위험한 적도 있었겠다.
“몇 해 전 도선한 선박에서 승선할 당시 사다리 줄이 끊어져 승선 중 해상으로 추락한 적이 있었다. 보트가 선박에 조금만 더 붙었더라면 아마 지금 이 인터뷰도 못했을 것 같다. 매년 전 세계 항만에서 도선사 승하선 시 심각한 부상 및 사망사고도 다수발생 할 정도로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사고 트라우마가 생기진 않았나.
“그래서 배에 오르내릴 땐 아주 예민해진다. 라이프 재킷을 착용하고, 사다리를 당겨보면서 안전 체크를 꼭 해야 한다. 사실 처음 도선사가 됐을 때 일이 너무 위험해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니 안 된다더라. 당시 도선사 및 파일럿은 위험한 직업이라 보험 가입이 잘 안됐었는데, 보험료는 높아도 상관없으니 생명보험을 들어달라고 수차례 요청해 겨우 가입한 적이 있다.”

지금도 도선사는 상해·생명보험 가입이 안 되나.
“몇 년 전 삼성생명에서 도선사를 위한 특별 상해보험이 생겼다. 그래서 도선사들은 필수로 가입하고 있다.”

도선사는 언제 합격했나.
“2007년 마흔여덟에 한차례 재수 끝에 합격해 올해 도선사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해 다른 합격자분들은 모두 4차례 이상 도전 끝에 합격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시험이었다.”

도선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1978년 한국 해양대에 입학할 때부터 도선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인천이 고향인데, 부모님 지인 중에 인천항 도선사가 계셨다. 어릴 적부터 도선사라는 직업을 곁에서 접하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시에는 배를 타는 사람들조차도 도선사라는 직업을 잘 알지 못했다.”



해양대에서는 어떤 걸 배웠나.
“해양대는 항해과, 기관과 두 개의 학과가 있다. 쉽게 말해, 항해과는 항해사, 선장, 기관과는 기관사, 기관장이 되는 해기사 과정을 배우게 된다. 도선사는 선장 출신만 지원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인 문재익 씨와 한국 해양대 항해과 동기인데 그 분도 현재까지 대형선 선장으로 활약 중이다.”

해양대 졸업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도선사가 됐나.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해군장교로 복무 후 1984년 현대상선에 취업해 승선생활을 시작했다. 3등, 2등, 1등 항해사, 그리고 선장으로 7년 경력을 쌓았다. 마지막 1년은 사표를 내고 고시원에서 1년간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힘든가.
“도선사 시험을 준비할 당시 2000년 초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제대로 된 시험 자료가 없었다. 시험에 합격한 선배들에게 자료를 받긴 했지만 다시 내 것으로 요약하는 데에만 2년 정도 걸렸다. 영어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다. 고등학교 때 유명했던 영어참고서를 한 10번은 다시 정독했다. 고등학교 땐 두 번 정도였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열심히 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장기간 공부해야 하고, 1년에 한 차례 뿐인 시험이라 하선 휴가가 시험 날짜와 맞아야만 시험을 칠 수 있다. 그래서 시험을 준비하다가 안타깝게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서술형인 시험 범위가 방대하고 나이가 들어 하는 공부인지라 암기력이 떨어져 애로가 많았다.”

합격 기준은 어떻게 되나.
“시험 성적과 경력 점수(가산점)를 합해 당락이 결정되고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된다. 시험은 평균 60점이 합격선이다. 3과목 각각 서술형 4문제가 출제되는데, 90분 이내에 A4용지 20페이지에 써야 한다. 그때 고생한 기억이 너무나 선명해서 그 당시 공부한 자료들을 파일에 담아 도선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시험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 포기했었다. 1등 항해사를 할 때였는데, 15년 이상 배를 타야 시험자격이 주어진다는 사실에 목표가 너무나 멀게 느껴지더라. 고민하던 와중에 아버지께서 육상으로 내려와 사업을 도우라고 하셨다. 갓 서른이 되던 무렵 배에서 내려 아버지 사업을 도왔다. 하지만 아버지 밑에서 영업을 하고, 공공기관을 다녀보면서 나와는 사업이 적성에 안 맞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무렵 조만간 도선사를 두 배 이상 늘려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용기를 내 다시 배에 올랐다.”



도선사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도선을 하면서 가장 성취감이 컸던 도선을 꼽으라면 2013년 美항공모함 니미츠호의 입항 도선을 들고 싶다. 지회장님으로부터 도선을 한번 맡아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기대감도 있었지만 걱정이 앞서더라. 고민하다 30년 전 5조원을 들여 만든 거대한 항공모함을 직접 도선할 기회가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겠다 싶어 하겠다고 했다. 이후 항공모함 레이건호도 도선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도선사로서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에는 항공모함이 4년째 한국에 기항하지 않고 있다”

"수년 째 연봉 랭킹 1위 직업 ‘도선사’···연봉 높고 근무여건 좋은 직업이지만 사고위험도"

도선사는 수 년 간 연봉 랭킹 상위에 오른 직업이다. 도선사로서 자부심도 클 것 같다.
“도선사가 연봉 상위 직업으로도 꼽히지만 직업 만족도에서도 굉장히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개인적으로 도선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크고 만족도도 높다. 그리고 아직 도선사의 정확한 연봉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다른 직업에 비해 연봉이 높다. 반면, 젊은 시절 육상과 단절되어 가족과 떨어진 힘든 선상 생활을 거치며 선장으로 오랜 경력을 쌓아야하고, 천문학적인 부가가치의 선박을 도선하며 승하선시 위험을 동반하는 전문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그 정도 대우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의 장단점을 꼽자면.
“우선 육상과 격리된 장기 해상 승선 근무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지내며 육상근무를 할 수 있고 선장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직장인이나 사업가들은 휴일에도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도선사는 선박에서 안전하게도선을 마치면 임무가 끝나고 비교적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정년도 68세로 긴 편이다. 반면 힘든 점은 컨테이너선이 점차 초대형화(길이 400m,2만3천teu) 되고 있고, 도선 시 예기치 못한 돌풍 등 기상악화 및 도선 중 선박의 갑작스런 고장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항상 집중해야 한다.”

도선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도선사가 되기까지 힘든 승선생활과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도선사가 되면 그 노력의 보상을 충분히 받는 직업이라 자부한다. 늘 후배들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청운의 꿈을 가지고 해기사의 꽃인 도선사에 꼭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

khm@hankyung.com
[사진=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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