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법률가 도울 '판결문 분석 AI' 만들겠다"

입력 2021-11-08 17:45   수정 2021-11-09 00:35

“딥러닝 기반의 판결문 분석 기술이 더 정교해지려면 보다 많은 판결문 공개가 이뤄져야 합니다.”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51·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선 선진국과 달리 법원이 극소수의 하급심 판례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판결문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고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리콘은 2010년 설립된 국내 첫 리걸테크 기업이다. 주로 판결문 분석 등의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 인텔리콘은 2016~2017년 세계 법률인공지능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하고, 아시아 최초로 계약서 자동분석기 ‘알파로’를 개발하는 등 여러 성과를 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원 등이 변호사 업무에 인텔리콘의 알파로와 AI 프로그램 유렉스(법률 검색기) 등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인텔리콘이 설립된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AI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서울대 생명공학과를 나온 임 대표도 젊은 시절엔 AI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 시절 접한 딥러닝 관련 논문 여러 편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임 대표는 “법률은 규칙으로 이뤄져 있고, AI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판단해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인텔리콘의 ‘주력’인 판결문 분석 AI가 딥러닝의 재료로 삼는 데이터는 판사들의 법리 해석이다. 이 정보는 대부분 1, 2심 판결문에 나와 있다. 하지만 하급심 판결문은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경우에만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이마저도 건당 1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수천, 수만 건의 판결문을 입수하는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이다. 임 대표는 “이 같은 판결문 접근 제한이 ‘한국형 법률 AI’ 발전에 한계점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판결문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문서 내용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것이다. 임 대표는 “판결문을 비롯한 중요 데이터는 주로 공공기관에 있다”며 “대부분 한글이나 PDF로 작성돼 있는데, 이는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텔리콘은 어떤 형식의 파일도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AI 프로그램 ‘도큐브레인’을 올해 개발했다. 데이터 산업, 디지털 뉴딜 등 4차 산업혁명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평가받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올해 ‘AI 바우처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법률가를 돕는 AI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AI는 자료를 분석해줄 뿐 의사결정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책임 문제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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