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석유 개발업자인 대니얼(대니얼 데이 루이스 분)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타고난 사업수완과 추진력으로 초창기 석유 시장에 뛰어든 진취적인 사업가. 동시에 늘 가족이란 존재에 목말라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화면에 내내 보이는 것은 검은 석유, 황량한 자갈밭이지만 펄펄 끓는 열기가 느껴지는 영화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기업 간의 경쟁, 생산과 파괴라는 개발사업의 양면성, 석유를 향한 한 인간의 집착과 열망을 생생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광부 출신인 대니얼은 땅 밑에 석유가 흐르는 곳을 찾아다니며 개발권을 확보해 사업을 벌이는 석유업자다. 영화 배경은 1911년 미국. 석유가 새로운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앞다퉈 탐사에 나서는 ‘오일러시’가 벌어졌던 시절이다. 정제기술의 개발로 램프용 등유 수요가 늘어 등유 가격이 급등한 게 시작이었다. 보통 수요와 공급이 퍼즐처럼 맞춰질 때 자원 대체가 일어난다. <그래프> 자원은 시대의 환경과 기술 수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 이를 자원의 가변성이라고 한다.사업 초기 기술도 자본도 부족했던 대니얼에게 석유 시추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탐사 작업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의 어린 아들 H.W(딜런 프리지어 분)를 친자식처럼 데리고 다니며 자신이 성실하고 믿을 만한 ‘패밀리 맨’임을 강조한다. 자원사업의 핵심은 생산요소인 개발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니얼이 땅을 사겠다며 제시한 돈은 가난한 주민들에겐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석유가 발견된 후 대니얼이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마을의 한 목장을 사들이는 대가로 3700달러를 제시한 대니얼에게 목장 주인은 외친다. “고작? 파기만 하면 석유가 나오는 땅이라고요. 1만달러 주세요.” “내가 작업을 포기하면요? 나 말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마을에 있나요?”
자신의 땅에 석유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한들 시추 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땅 주인을 설득해 탐사권을 따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니얼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협상 능력으로 마을의 땅을 싼값에 사들이는 데 성공한다.
대니얼처럼 검증되지 않은 곳에서 탐사를 통해 돈벌이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석유업계에선 ‘와일드캐터(wildcatter)’라고 한다. 최근엔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대한 증권을 파는 사람도 이 명칭으로 부른다. 치밀한 분석보다는 직관으로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대니얼이 마을에 유정탑을 세우고 석유를 퍼올리기 시작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가스 폭발이 일어난다. 작업 현장을 구경하던 대니얼의 양아들 H.W가 이 사고로 청력을 잃는다. 하지만 석유에 집착하던 대니얼은 자신을 간절하게 붙잡는 아들을 외면한다. 오히려 사고현장에서 솟아오르는 불기둥을 보며 기뻐한다. “이 아래 석유 바다가 있다. 모두 다 내 거야.” 가스 분출이 석유가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② 천연자원의 공급이 비탄력적인 이유는 뭘까.
③ 환경과 기술 수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자원의 가변성’에 대해 좀 더 학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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