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 설명회 다녀왔다는 부모님…이것부터 확인해야"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입력 2021-11-13 07:54   수정 2021-11-13 09:36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우리나라에서는 매일 859건씩 사기 범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기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별명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사기꾼 피하기’는 사기 범죄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어떤 과정으로 사기 피해를 입는지, 나날이 진화하는 새로운 사기 수법은 무엇인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암호화폐 열풍에 편승한 불법 다단계 코인 사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회차에 이어 이번에도 사기 코인을 구분하는 법을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코인 투자 설명회에 집중해 특징을 정리했는데요. 본인이 참석했거나 부모님이 다녀오셨다는 설명회에서 이런 특징이 보인다면, 사기가 아닌지 꼭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코인 설명회에 장년층·노년층 밖에 없다
불법 다단계 코인 업체들의 피해자는 대부분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는 장년층, 노년층입니다. 그러다보니 투자 설명회장에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지난 4월 7일 기자가 참석한 다단계 코인 업체 A사의 설명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한 빌딩에 마련된 강의실에는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 4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보이는 노인분들도 6명 가량 있었습니다. 청년은 저 혼자였습니다.

이 회사 임원은 “특허받은 자체 코인 뱅킹 플랫폼이 이달 중 앱으로 출시된다”며 “우리가 만든 B코인의 가격은 지난달 250원에서 지금은 300원이 됐고, 상장만 하면 100만원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설명회는 2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참여한 노인들 모두 자리를 지키며 업체 측의 설명에 집중했습니다. 공책을 꺼내 설명회 내용을 메모하는 노인들도 보였습니다. 설명회에서 기자가 만난 60대 여성 하 모 씨는 “설명회에만 4번 왔다”며 “올 때마다 B코인을 30개씩 주니까 올수록 이득이고, 처음에는 사업모델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여러번 와서 들으니 이해가 잘 된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 사업모델은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모델이라 나도 주변에 친구들, 조카한테까지도 추천했다”고 했습니다. 기자에게도 “젊은 사람이 이런데 오다니 기특하다”며 “이번 토요일에도 또 설명회가 열리는데 꼭 참여해 얼굴을 보자”고 했습니다.

또다른 60대 여성 백 모 씨도 이 회사의 사업모델에 완전히 매료된 모습이었습니다. 백씨는 “오늘 처음 왔는데 굉장히 비전이 있어 보인다”며 “나는 암호화폐를 잘 모르지만 부동산, 주식 같은 자산들 가격이 워낙 많이 뛰다보니 이런 새로운 자산에 투자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변인의 추천으로 이 설명회에 참여했습니다. 하씨는 지역사회 여성 봉사단체에서, 백씨는 친구에게, 또다른 남성 김 모 씨는 교회 목사에게 이 코인을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다단계 경험 많은 ‘꾼’들이 설명회를 맡는다
설명회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다단계 전문 강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년 청중을 휘어잡고 호응을 이끌어내며 마치 레크리에이션처럼 설명회를 진행합니다.

이날 B코인 설명회에서 마지막 연사를 맡은 A사의 대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표가 “이렇게 배당 많이 주는 코인이면 좋은 거에요, 안 좋은거에요?”라고 묻자 청중 수십여명은 “좋은 거에요”라고 적극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이 사고 싶겠어요, 안 사고 싶겠어요?”라는 대표의 질문에 청중은 “사고 싶어요”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다단계 사기 코인으로 금융감독원 조사 중인 C토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토큰의 설명회를 맡은 이모씨는 과거에 ‘비트클럽 네트워크’라는 다단계 코인 사기 조직의 상위사업자였습니다. 미국인 러스 알버트 매들린(46)이 설립한 ‘비트클럽 네트워크’는 암호화폐 채굴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전세계 투자자들로부터 7억2200만달러(약 851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2019년 12월 미국 수사 당국은 이 조직의 핵심인물 3명을 체포했고, 매들린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에서 아동 성매매를 하다 체포됐습니다.
지역별 ‘지사장’을 통해 투자하는 전국 조직도 있어
전국구 다단계 조직을 구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역별로 ‘지사장’이나 ‘센터장’을 두고, 이들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업 모델을 안내한 후 돈을 입금하도록 하는 겁니다. 다단계 시스템에 따라 피해자를 모집한 지사장들은 추천 수당을 받는 구조입니다.

지금도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D사는 총괄이사를 포함해 9명의 지사장을 두고 있습니다. 강남지사장, 관악지사장, 전북지사장, 부산지사장 등 지역도 다양합니다.

기자는 지난 4월 이 업체의 대구경북 지사장이라는 류 모 씨와 접촉했습니다. 기자가 코인 투자에 대해 묻자 류씨는 대뜸 "얼마나 돈을 낼 수 있는가"부터 묻기 시작했습니다. 직업은 무엇인지, 얼마나 돈을 버는지, 최소 가입금액이 100만원인데 부담할 수 있는지, 최대한 얼마나 돈을 넣을 수 있는지 등이었습니다.

기자가 투자를 고민해보겠다고 하자 “빨리 입금할수록 빨리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재촉했습니다. 류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5일 사이 2000명이 모였다”며 “빨리 입금해야 앞선 주주 번호를 받을 수 있으니 오늘 저녁에라도 1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이후 기자가 100만원을 입금하지 않자 류씨는 독촉하는 문자를 5통 가량 보냈습니다.
워런 버핏, 제임스 카메론…유명인사 명언 좋아해
이런 업체들은 유명인사들의 명언을 인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물론 명언을 인용했다고 사기 업체로 단정지을 수 없겠죠. 다만 지금까지 기자가 접한 사기 코인 업체들은 설명회와 홍보자료에서 빠지지 않고 투자 대가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을 언급했습니다. 이 코인에 투자하면 당신도 이들처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거죠.

단골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입니다. 워런 버핏의 흑백 사진 옆에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라는 어록을 써놓는 식입니다.

버핏이 가치투자의 대명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는 자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혁신의 주인공인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고속 성장주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코카콜라, 코스트코처럼 우리가 생활에서 만지고 볼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회사들에 투자합니다.

이런 버핏을 인용해 사용처도 없는 깡통 코인을 홍보한다니, 우스운 일입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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