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니 화장실 자주 가는 아버님…전립선이 안좋으신가봐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11-12 16:59   수정 2021-11-22 16:42

날씨가 추워지면 ‘말 못 할 고통’을 앓는 사람이 늘어난다. 바로 전립선 질환 환자들이다. 남성 생식기관인 전립선에 이상이 생기면 빈뇨, 야간뇨 등 배뇨장애가 따라온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생기는 등 삶의 질이 낮아진다. 특히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배뇨근육이 수축되면서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3대 전립선 질환인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전립선암을 어떻게 구별하고,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비만·당뇨가 전립선비대증 유발”
전립선은 방광의 바로 밑에 있는 생식기관이다. 밤톨만한 크기에 무게는 15~25g 정도다. 전립선은 정액의 액체 성분을 만들어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전립선액은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정자가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립선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전립선비대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0만4329명이었다. 이 중 78%(101만7722명)는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나이가 들면 전립선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인 ‘환원형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전립선이 커진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인해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김경종 세란병원 비뇨의학과 부장은 “노화뿐 아니라 불규칙한 식생활습관으로 발생하는 대사질환도 전립선비대증을 유발한다”며 “전립선비대증을 ‘노년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방치하다가 너무 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는 전립선염 환자도 연간 25만 명에 달한다. 전립선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로를 통해 들어온 세균이 전립선으로 퍼지면서 나타나거나 성병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골반근육 활동성이 증가해 전립선 내 요도를 압박하거나 소변이 역류해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전립선암은 남성암 발병률 1위다. 위암 폐암 대장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전립선암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령, 가족력, 식습관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을수록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전립선암은 다른 전립선 질환과는 원인이 다르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이 전립선암으로 악화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전립선암, 방치땐 하반신 마비될 수도
전립선 질환에 걸리면 배뇨 활동에도 지장이 생긴다. 전립선 안에는 요도가 있는데, 전립선이 정상보다 커지거나 염증이 발생하는 등 이상이 생기면 요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변이 지나치게 자주 마려워 화장실을 여러 번 드나드는 빈뇨,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 야간뇨,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절박뇨,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은 잔뇨감 등이 대표적이다. 심하면 요도가 아예 막혀 소변을 보지 못하는 ‘급성 요폐’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일교차가 큰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심해진다.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전립선 세포와 주변 근육이 수축되면서 요도를 더 압박하기 때문이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이 뒤따르기도 한다. 특히 급성 전립선염은 독감처럼 발열·오한이 나타나고, 전립선이 있는 등 아래쪽과 음경 주위에 통증이 생긴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과 달리 전립선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 전립선암이 ‘조용한 암’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때 발견하면 생존율은 100%에 가깝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면 생존율은 40%대로 뚝 떨어진다. 특히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뼈로 전이되는 비율이 65~80%로 높은 편이다. 골반뼈, 척추뼈 등으로 전이되면 허리 통증, 골반 통증 등이 생긴다. 뼈가 약해져 골절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하반신 운동신경이 마비될 수도 있다. 뼈 전이를 동반한 환자의 사망률은 다른 전립선암 환자보다 4.7배 상승한다는 덴마크의 연구 결과도 있다.
○케겔운동도 전립선염에 효과
전립선 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순간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고 환자가 견딜만하다고 느끼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전립선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켜 좁아진 요도를 넓히는 방식이다. 약물로 호전되지 않으면 요도에 내시경을 삽입해 막힌 부분을 직접 제거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을 할 수 있다. 김 부장은 “술과 카페인 음료를 덜 마시면 전립선비대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립선염을 치료하는 데는 통상 항생제를 쓴다. 전립선에 항생제가 침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1~3개월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골반근육운동(케겔운동) 등 운동요법도 효과가 있다. 골반근육을 수축하면 요도 괄약근을 이완시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소변을 참을 때처럼 항문 괄약근 부분에 힘을 줬다가 천천히 푸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이때 호흡은 참지 않고, 배나 다리가 자극될 정도로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족력 있으면 40세부터 매년 검사
전립선암은 정기적인 검진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으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가 대표적이다.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PSA 수치가 3~4ng(나노그램)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전립선염이어도 PSA 수치가 올라가는 만큼 더욱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자기공명영상(MRI), 전립선 조직생검 등을 받아야 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50세 이상 남성에게 매년 정기적으로 PSA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40세부터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립선암으로 확진되면 전립선을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전립선 수술은 난도가 높은 편이다. 전립선이 골반 안쪽 깊숙이 자리잡은 탓에 주변 다른 장기와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과거에는 대부분 개복 수술을 했지만, 최근 들어선 흉터와 부작용이 적은 로봇 수술이 늘고 있다. 정확도가 높고 요실금, 발기부전 등 합병증 발병률이 낮은 게 장점이다. 초기 전립선암이라면 방사선 치료를 고려해볼 만하다. 뼈로 전이됐다면 데노수맙,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골흡수 억제제를 복용할 수 있다. 다리에 하중이 실리지 않도록 격렬한 운동은 자제하고, 걸을 때도 목발이나 휠체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상철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고령의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낙상 등으로 이어지면 사망률이 높아지는 만큼 전립선암을 적극적으로 관리·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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