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공약은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먼저 꺼내들었다. 기본 데이터를 다 쓰고 난 뒤에도 카카오톡 등 기본 메시징 앱 등을 공짜로 사용하도록 해주겠다는 ‘전 국민 안심데이터’ 공약이다. 연간 최대 3조원짜리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때도 통신사들에 요금 인하를 압박하며 “국민과 싸우겠다는 거냐”고 윽박질렀다. 비단 이 후보뿐만 아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여야 후보들은 기본요금제 폐지, 반값 통신비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이런 압력과 간섭에 통신사들은 탈(脫)통신에 잰걸음이다. 남는 것도 없는 통신사업보다 AI·콘텐츠·빅데이터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KT의 ‘89분 통신장애’ 같은 사태가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다.
신용카드 시장도 마찬가지다. 당정은 이달 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또’ 밀어붙일 예정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13차례나 인하됐다. 주로 선거를 앞두고서다. 2012년부턴 세계 처음으로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까지 도입했다. 카드업계는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수수료 제로(0%)인 데다 빅테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추가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카드 노조가 파업까지 거론하지만 당정은 수수료율 인하를 기정사실화할 태세다. 그 많던 카드포인트, 서비스 혜택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모든 정책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숱한 억지 정책에 비하면 통신비나 카드수수료율 인하 부작용은 ‘애교’ 수준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무주택자 표를 의식해 내놓은 ‘임대차 3법’은 전·월셋값만 50% 이상 올려놨다. 저신용 서민을 지원한다는 신용회복, 연체사면은 저신용자와 고신용자 간 금리 역전이라는 유례없는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금리우대를 받으려면 일부러 연체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이미 유권자들도 ‘아무말 대잔치’식 공약의 패악을 다 알고 있다. 국민 여론의 70% 이상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일상회복 방역지원금)에 반대할 정도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구태 정치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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