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오니까 한 달 쉬세요"…배달기사들 몸에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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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16 22:00   수정 2021-11-17 09:32

"돈 나오니까 한 달 쉬세요"…배달기사들 몸에 기적이 일어났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처음부터 '유급으로 인정되니 걱정 말고 집에서 대기하고 계시면 안내가 나갈 거다'라고 해서 안심했습니다. " - 쿠팡 구리3캠프 쿠팡친구 박기범 씨(쿠팡케어 1기 참여자)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당일 배송 서비스 등이 확대되며 물류·배달 직원들의 건강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업체들이 건강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나선 이유다.
쿠팡 "4주간 유급휴가"…허리둘레 줄고 정상혈압 되찾아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월 말 배송기사 및 물류센터 직원들의 건강 개선을 위해 유급 건강 증진 프로그램 '쿠팡케어'를 도입했다. 의료·헬스케어 전문가들이 참여한 쿠팡케어는 혈압·혈당 등 건강 지표에 이상 있는 직원들 대상으로 4주간 업무를 멈추고 건강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4주간의 쿠팡케어에 참여한 박기범 씨는 당초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단백뇨 수치가 4(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4주 뒤 검사 받으니 이 수치가 1까지 떨어졌다. 박 씨는 "의사에게 '혈압약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했다.

쿠팡케어 참여 직원은 업무는 하지 않지만 이 기간 월급은 평소와 동일하게 받는다. 쿠팡 측은 쿠팡케어 1기에 참여한 직원 중 약 60%가 4주 동안 혈압·혈당·허리둘레 등 주요 건강지표의 유의미한 개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복부 비만이던 참가자의 45%가 4주 만에 정상 허리둘레가 됐고, 고혈압 증상자 중 37%가 정상 혈압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쿠팡케어 대상자는 건강검진 지표상 내부 의료진이 판단하기에 위험신호가 보이는 배달직원인 만큼 프로그램 참여 후 개선 효과도 뚜렷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쿠팡케어를 위해 종합병원 건강관리센터장을 역임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했다. 센터에서는 쿠팡 소속 전문 의료인(간호사) 5명이 상주하며 스트레스 정도 측정, 체성분 측정, 체형 분석 검사 등을 통한 건강 상담을 제공한다. 스트레스 원인에 대한 전문적 상담, 체성분 측정 결과에 따라 맞춤형 운동 등에 대한 상담도 가능하다.
SSG닷컴, 물류센터에 '건강관리실' 운영…재활 장비도 구비

SSG닷컴도 지난달 말 경기도 김포와 용인에 위치한 물류센터 '네오'에 건강관리실을 마련해 전담 보건관리자(간호사)를 선임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배송 기사 등 협력사 소속 직원을 포함한 네오 근무자 이 해당 건강관리실을 이용할 수 있다.

SSG닷컴은 물류센터 내 건강관리실을 통해 현장 직원들 건강을 수시로 체크해 보다 안전한 물류센터 근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 근골격계 및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산재 발생 시 초동 조치가 가능하도록 긴급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 밖에 운동능력, 영양상태, 스트레스 등과 관련한 의료 상담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자 및 관련 증상이 의심되는 근무자라면 누구나 기본적 통증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적외선 조사기' '파라핀 배스' '온열치료기' 등 재활 장비를 구비했다. 뿐만 아니라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한 '체성분 측정기' '혈관 나이 측정기' 등 전문 검진 장비도 마련했다.

SSG닷컴은 건강관리실 설치를 계기로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현장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할 예정이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칭 등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관리법을 안내하고 금연, 절주, 운동 등 건강한 습관 형성을 위한 캠페인도 실시한다.
배달 늘어 업무강도↑…배송기사 2명 중 1명 "점심 못 먹기도"

이같이 유통업계가 물류 및 배송 직원의 건강을 신경 쓰는 데는 당일 배달 수요가 늘어난 만큼 종사자 업무 강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온라인 유통업체 배송기사 및 물류센터 노동자 498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성수기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이 8~10시간이라는 응답이 44.1%, 10~12시간이라는 응답이 40.2%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성수기에도 대부분 8~10시간(47.7%)이나 10~12시간(37.6%) 근무한다고 답했으며, 한 주 동안 점심을 못 먹는 날이 있다고 응답한 배송 기사도 절반을 넘었다(52.3%). 성수기에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 연장근로 등을 통해 물량 모두를 배송한다는 응답자 역시 50.4%나 됐다.

e커머스 업계 경쟁이 심화하자 배달 및 물류 직원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려 직원 모시기에 나선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 및 배달 직원은 유통업계의 핵심 인력이 됐다"며 "아무래도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인 만큼 건강 관련 복지 혜택이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4050 남성들이 배달 기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 차원에서 이 같은 복지혜택을 제공하면 직원들 만족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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