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물론 가장 밝은 별인 태양은 제외하고 하는 얘기다. 이때의 별은 금성이나 목성같이 밝은 행성일 것이다. 그냥 맨눈으로는 안 보여도 망원경으로 찾기만 하면 볼 수 있다. 행성보다 더 어두운 시리우스나 직녀성 등 1등성의 밝은 별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전 보현산천문대 준공식 날 많은 사람이 1.8m 망원경으로 대낮에 금성을 봤고, 야간 공개 행사 날엔 해가 지기 전에 목성 같은 행성을 보여줬다.지난 11월 8일에는 대낮에 달이 금성을 가리는 엄폐 현상이 나타났다. 불행히도 보현산천문대는 종일 날씨가 좋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구름이 옅은 지역에서는 초승달에 가까운 달과 금성의 환상적인 만남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동요에 나오는 ‘낮에 나온 반달’이 금성을 가린 엄폐 현상이다. 지역에 따라 완전한 엄폐가 이뤄지지 못하기도 했는데, 대체로 대구보다 북쪽에서는 엄폐를 볼 수 있었다. 그 아래쪽도 거의 붙은 모습이었을 테니 이를 본 사람이 있다면 감흥이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날 저녁 7시쯤, 영천 시내에 있는 지인이 달 옆의 밝은 별이 뭔지 물어왔다. 온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날씨가 안 좋아서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설명하고 난 뒤 밖으로 나가 보니 빠르게 흘러가는 짙은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달과 금성이 밝게 빛났다. 불과 5~6시간 사이에 상당히 멀어진 것이다. 달은 하루에 50분가량 늦게 뜨니, 각도로 13도가량 이동하는 셈이다. 그러니 6시간 정도 지나면 각도로 거의 3도가량, 달 크기의 6배 정도 멀어진다. 보통 사전 예보를 하면 눈으로 볼 수 있는 어두운 시점을 기준으로 하니까, 천문달력에는 저녁 6시20분에 1.8도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 10일에는 달이 토성에 4도(달 크기의 8배)가량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고, 11일에는 비슷한 거리만큼 목성에 다가간다. 달이 행성과 만나는 현상은 의외로 잦다. 그러니 달 근처에 나타난 밝은 별을 보고 미확인비행물체인 UFO를 연상하진 말자.

그런데 월식 발생 하루 전날은 사자자리 유성우 극대기다. 예측된 유성 수가 많지 않고, 달이 밝아 유성우 자체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성우 기간에는 간혹 밝은 화구가 터지기도 하니 극대기를 지나 월식으로 인해 하늘이 어두워지면 멋진 유성도 덩달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자자리 유성우는 2001년에 비가 오듯 쏟아진 예가 있어서 언제나 기대되는 유성우인데 올해는 최대치로 시간당 10개에 불과해 한 시간에 한두 개 볼 수 있으면 다행일 듯하다. 하지만 보름달 이상으로 밝게 터지는 유성이 언제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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