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 내용을 대화·행동지문으로 구현하는 시나리오

입력 2021-11-22 09:0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S#14. 축항

시멘트로 만든 축항. 윤 노인과 박 노인이 꼬니를 두고 있다. …

박 노인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 저 물빛도 좀 보라니까 ….

바람이 점점 세어진다.

S#15. 노목

성황당 뒤에 서 있는 노목이 불어오는 바람을 가누지 못하고 몹시 흔들린다.

S#16. 바위

점점 커 가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진다.

S#17. 축항

밀려온 파도는 축항을 뒤엎을 듯이 노한다.

S#18. 몽타주

문을 열고, 하늘을 보는 가족들. 뛰어나와 바다를 보는 사람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낙들.(중략)

S#22. 성황당(밤-비)

비틀거리는 해순이, 올라와서 당목 앞에 꿇어앉으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해순 서낭님예… 서낭님예….

몇 번 부르더니 쏟아지는 빗속에서 몇 번이고 절을 한다. 잠시 후 순임이가 올라와서 해순이와 같이 절을 한다.(중략)

S#24. 노한 밤바다

노도 속에서 비바람과 싸우는 선원들. 처절한 성구의 얼굴. 무엇인가 소리치지만 들리지 않는다. 선미의 키를 잡으며 이를 악무는 성칠. 분주한 선원들의 모습. 더욱더 거센 파도. 흔들리는 뱃사람들…. 파도에 쓰러지고 흔들림에 넘어지고…. 이윽고 배는 나뭇잎처럼 덜렁 들렸다가 넘어간다.

S#25. 성황당(밤-비)

해순이와 순임이 외에도 몇몇 아낙이 모였다. 제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절을 하는 아낙들.(중략)

S#28. 성황당(밤-비)

더욱더 거센 비바람. 아우성치듯 흔들거리는 당목. 가지가 꺾어진다. O.L.

S#29. 아침 바다

어젯밤의 폭풍우는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고 바다는 잔잔하다. 모래밭을 적시는 잔잔한 파도.

- 오영수 원작, 신봉승 각색, 갯마을-
S#14. … S#15. … S#16. … S#17. … S#22 … S#25 … S#28 … S#29
각색이란 서사시나 소설 따위의 문학 작품을 희곡이나 시나리오로 고쳐 쓰는 일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수능 국어에서는 이와 관련한 문제를 자주 볼 수 있다. 이 작품도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을 영상화하기 위한 시나리오인데, 제시된 부분과 관련한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 노인은 보라기 전에 벌써 짐작이 갔다. ⓐ아무래도 변의 징조였다. 파도 아닌 크고 느린 너울이 왔다. 그럴 때마다 매운 갯냄새가 풍겼다. 틀림없었다.(중략)

무서운 밤이었다. 깜깜한 칠야, ⓑ비를 몰아치는 바람과 바다의 아우성, 보이는 것은 하늘로 부풀어 오른 파도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바다의 참고 참았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흰 이빨로 뭍을 마구 물어뜯는 것과도 같았다. 파도는 이미 모래톱을 넘어 돌각 담을 삼키고 몇몇 집을 휩쓸었다. ⓒ마을 사람들은 뒤 언덕배기 당집으로 모여들었다. 이러는 동안에 날이 샜다. 날이 새자부터 바람이 멎어 가고 파도도 낮아 갔다. 샌 날에 보는 ⓓ마을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중략)

ⓔ바다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하듯 잔물결이 안으로 굽은 모래톱을 찰싹대고, 볕은 한결 뜨거웠고, 하늘은 남빛으로 더욱 짙었다.


소설의 내용을 시나리오는 어떻게 각색할까? 우선 대화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는 상황에 대한 ‘박 노인’의 위기감을 서술하고 있다. 이것을 시나리오에서는 대사를 활용하여 전달하고 있다. 인물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S#14에서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라는 ‘박 노인’의 말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에서 ‘바다’가 ‘아우성(떠들썩하게 기세를 올려 지르는 소리)’을 내는 것으로 표현하였으니, 활유법이 쓰였다. 이렇게 비유적으로 묘사한 부분을 갯마을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제시하여 자연의 위력을 부각한 S#15∼S#17을 통해 보여주었다. 시나리오는 소설에서 간단하게 처리되었더라도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건을 비중있게 보여줄 수도 있다. ⓒ가 그런 경우인데, 성황당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S#22과 S#25로 나누어 구현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소설 속에 없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는 상황을 추상적으로 말한 것이다. 이를 시나리오에서 여러 사람이 어지러이 뒤섞여 떠들어 대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인 장면으로 처리할 수도 있으나, 상징적인 장면을 추가하여 나타낼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S#28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우성치듯 흔들거리는 당목. 가지가 꺾어진다.’는 장면은 소설 속에 없는 장면으로, 사건의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는 시나리오에서 영화 기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S#28과 S#29를 O.L.(오버랩)함으로써 하나의 상황을 제시한 것인데, 비바람이 거센 전날 밤과 파도가 잔잔해진 아침을 연결하여 ⓔ에 나타난, 폭풍우가 물러간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소설을 각색한 시나리오는 위와 같이 여러 장면들을 묶어 장면을 이해하고, 장면의 상징성과 영화 기법을 생각하며 읽는 훈련을 많이 하도록 하자.
S#18. 몽타주 … S#24. 노한 밤바다
몽타주(montage)는 영화나 사진 편집 구성의 한 방법으로, 따로따로 촬영한 화면을 적절하게 떼어 붙여서 하나의 긴밀하고도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으로 만드는 일 또는 그렇게 만든 화면을 말한다. S#18은 ‘문을 열고, 하늘을 보는 가족들’, ‘뛰어나와 바다를 보는 사람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낙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장면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을 연결해서 만든 것이다. 이를 S#24과 대조해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S#24는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 S#18과 다르다. ‘소리치지만 들리지 않는’ 것은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면인데, 이를 통해 성구의 절박한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그리고 ‘선미의 키를 잡는 행위’와 ‘이를 악무’는 표정을 하나의 장면으로 제시하여 비바람에 맞서는 성칠의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흔들리는 뱃사람들…. 파도에 쓰러지고 흔들림에 넘어지고…’와 같이 선원들의 위태로운 모습을 제시하여 급박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시나리오에서 장소와 인물, 사건을 살피며 읽는 훈련을 많이 하도록 하자.

① 서사시나 소설 따위의 문학 작품을 희곡이나 시나리오로 고쳐 쓰는 각색을 이해하며 시나리오나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두자.

② 시나리오에서는 대화 상황에서의 대사를 활용하여 전달해 인물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두자.

③ 소설에서 비유적으로 묘사한 부분과 상황을 시나리오에서는 시각적으로 제시하여 보여주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두자.

④ 소설에서 묘사된 상황을 시나리오에서 여러 장면으로 나눠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구현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두자.

⑤ 소설 속에 없는 장면을 시나리오에서 사건의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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