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23세 간호사, '태움' 정황…"차트 가치 없다"며 던져

입력 2021-11-20 20:42   수정 2021-11-20 20:43

입사 9개월 만에 대학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23세 여성 간호사 유족 측이 고인의 사망 원인으로 선배 간호사들의 가혹행위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98년생인 A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3월 2일부터 이 대학병원 병동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2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숨지기 직전 직장 상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상담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다음 달에 그만두고 싶은데 가능한가요'라고 보냈고, '사직은 60일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유족은 SNS 대화록, 근무일지표, 근로계약서 등을 공개하며 지난 4월부터 식대 10만 원씩 제공됐으나 A 씨는 식대를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입사 첫 달인 3월을 제외하고는 5월부터 추가 근무수당이 점차 늘어났고 특히 심야근무와 휴일근무가 많았다. 숨지기 전 A 씨가 담당한 환자는 2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A 씨는 동료 간 SNS 대화를 통해 '속옷이 땀에 젖을 정도로 뛰어다녔다'고 호소하며 업무환경에 대해 벗어나고 싶어 하는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한 직장 상사는 고인에게 '너의 차트는 가치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던지기도 했다"면서 "죽을만치 열심히 일해도 고인이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시키니까 혼나고 주눅 들고 출근을 두려워했다"고 언급했다.

A 씨가 근무한 병원인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진상 규명을 위해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병원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간호사 A 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공정한 수사 진행을 위해 지난 18일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한 자체 조사에 이어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간호사 태움'이 사망 원인이라는 유가족의 의혹을 해결하고 올바른 조직문화를 선도하고자 의정부경찰서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면서 "공정한 수사를 통해 유가족의 의혹을 해결하고, 추가 피해를 예방할 방침"이라면서 "동고동락해 온 A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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