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왜 접어야 해?" 깨뜨린 경험 마케팅

입력 2021-11-22 17:07   수정 2021-11-23 00:25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고민이 깊어진 건 2010년대 중후반. 지난 몇 년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수성했지만, 자칫 선두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0년간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던 스마트폰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일반 직사각형(바) 형태의 스마트폰에서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한 것. 삼성전자는 이후 2019년부터 첫 폴더블폰인 좌우로 펼쳐지는 갤럭시폴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위아래로 접는 갤럭시플립 시리즈를 선보이며 폴더블폰 라인업을 완성했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세상에 없던 폴더블폰을 시장에 안착시킨 삼성전자 사례를 소개했다.

수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탄생한 폴더블폰. 그러나 소비자들의 첫 반응은 삼성전자의 예상보다 훨씬 차가웠다. ‘왜 스마트폰을 굳이 접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대중화' 주도
갤럭시폴드 시리즈는 태블릿 기기와 필적할 만한 넓은 스크린, 화면 분할을 활용한 멀티태스킹 등이 가능하다. 갤럭시플립 시리즈는 접으면 카드지갑보다 작은 사이즈로 편리한 휴대성이 장점이다.

장점이 뚜렷한 폴더블폰이지만 ‘왜 접어야 해’ 또는 ‘왜 펼쳐야 해’라는 소비자의 편견을 넘어 폴더블폰을 알리긴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경험 마케팅’을 확대했다. 아무 조건 없이 최대 3일 동안 폴더블폰을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갤럭시 투 고(To Go)’ 서비스에 폴더블폰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갤럭시 투 고 서비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나만의 Z 사용법 챌린지’ 등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도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5G를 구매한 뒤 최대 100일간 쓰다가 환불할 수 있는 ‘바이 앤드 트라이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 올해 8월 출시한 3세대 폴더블폰이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3세대 폴더블폰은 올해 판매량만 750만 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삼성증권)이 나온다.
'아재폰' 이미지→감성 마케팅
삼성전자의 역대 폴더블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건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Z플립3’다. 특히 2030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 구매 고객의 54%가량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갤럭시 사용자가 많아 ‘갤럭시=아재폰’이란 오명을 입기도 했던 삼성폰으로선 상당히 이례적인 성과다. 갤럭시Z플립3가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2030 여성의 마음을 훔친 이유는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감성 마케팅’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3를 출시하며 카페 노티드, 젝시믹스 등 40여 개 브랜드와 기획한 콜라보 액세서리를 함께 선보였다. ‘폰 꾸미기’를 통해 ‘나만의 핸드폰’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스마트폰을 패션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휴대폰으로도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혁신 제품을 선택할 때 ‘시험사용 가능성’이 영향을 미치는데, 갤럭시 투 고 서비스를 통한 경험 마케팅이 시험사용 가능성을 높여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폴더블폰 등장에 소비자 반응이 차가웠던 것은 혁신저항”이라며 “경험 마케팅이 소비자의 혁신저항을 누그러뜨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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