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옛 페이스북)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엔비디아와 AMD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메모리기업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에버코어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은 D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투자자가 간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관련주 상승세가 콘텐츠, 엔터, 게임 기업을 넘어 하드웨어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드웨어기업은 본업 실적도 뒷받침되는 만큼 밸류에이션이 낮다. 국내에서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가 확장현실(XR) 기기 수혜주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다. 데이터센터업체가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한다. 세계 최대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라운드힐 메타 ETF(META)가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 19일 마이크론 주가는 7.8% 올랐다. 뒤이어 2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2%, 7.17%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익IPS(13.07%), 유진테크(14.29%) 등 그동안 소외됐던 반도체 장비주도 나란히 급등했다. 그동안 비메모리 장비업체에 투자가 집중됐다면, 이제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장비를 함께 만드는 저평가된 장비기업으로도 수혜가 확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공급 차질로 반도체 장비도 공급난을 겪고 있다. 장비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이 부족해 원하는 만큼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우리 삶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장비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공급망이 따라가지 못하며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비가 모자라면 반도체기업이 더 투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내년 업황에 대한 우려로 투자를 줄이고 있던 반도체업계로서는 강제적으로 수익성 경영을 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다운사이클의 폭과 기간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가격 하락을 주가가 반영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가적으로 수요 충격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하락이라는 변수는 더 이상 주가를 끌어내릴 만한 요인은 아닐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의 기본 인프라가 되는 것이 메모리 반도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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