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후변화, 북극곰만 피해자 아니다

입력 2021-11-23 17:47   수정 2021-11-24 00:10

기후변화의 피해를 이야기하는 방송을 보다 보면 하얗고 거대한 북극곰이 어슬렁어슬렁 빙하 위를 걸어 다니는 장면과 함께 곧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서 북극곰이 지낼 곳이 없어진다는 자막이 쓸쓸하게 나온다. 어떤 기업의 광고는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안전할까? 북극곰은 우리나라에서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고,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그린란드는 비행기나 선박으로도 쉽게 가기 어려운 북극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니 정말 먼 나라 같다.

그런데 캄보디아의 수해로 인한 국제 구호 관련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 다름 아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것이다. 자연재해의 재난 등급이 가장 높아서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었다. 빙하가 녹는 북극 지역의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그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단순히 아시아 지역의 인구 밀집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기 때문에 재난의 1인당 피해 규모가 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연구팀에 있는 환경공학 연구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큰 이유가 동남아시아의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동남아시아 해수면 온도는 연중 섭씨 28도 이상이다. 이런 높은 온도에서는 대기가 해수면 온도에 예민하게 반응해 상승 대류 작용이 활발하다. 아시아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서 일어나는 현상이 적란운이다. 집중호우의 규모가 큰 것은 1000~1500만t의 물을 포함하며, 수백㎞ 범위의 지역에 수분에서 수시간 만에 강한 비를 쏟아낸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 저지대에 있는 어촌과 산촌 마을은 강과 하천이 범람해 고립되거나 산사태, 풍랑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동남아시아의 재해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의 변동으로 직결돼 우리나라 상품의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동남아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교역 대상으로, 매년 교역량이 증가해 이제 연간 수출액은 1000억달러가 넘는다.

그러니 우리가 기후변화를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하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안 될 것이다. 우리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노력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기후 재해에 따른 글로벌 동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남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하고 또 우리 후손들이 이 땅에서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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