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때아닌 몽골기병론

입력 2021-11-23 17:16   수정 2021-11-24 03:14

몽골군은 하루 최대 98㎞를 이동했다. 로마군 이동 속도(25㎞)보다 4배나 빨랐다. 모두 말을 탄 기병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1인당 4~5마리의 말을 끌고가며, 지친 말을 번갈아 타는 방식으로 계속 이동할 수 있었다. 이 특유의 기동성이 몽골기병의 최대 장점이었다.

여야 대선 캠프가 연일 ‘몽골기병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조직의 기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대선이 100여 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선대위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몽골기병론은 이전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정치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조직 정비가 시급할 때마다 그랬다.

몽골기병의 뛰어난 기동성은 몽골말의 효율성 덕분에 가능했다. 몽골말은 초원에서 자생하던 야생마다. 서양 말이 사료를 먹는 것과 달리 풀만 있으면 먹이 걱정이 없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영하 50도의 추위와 영상 35도의 더위도 비교적 잘 견딘다. 서양 말보다 지구력과 급회전 능력이 뛰어나고, 전투 중 잘 놀라지 않는 담력도 갖췄다.

이런 장점은 보급 문제까지 해결해 줬다. 몽골기병은 말과 풀밭만 있으면 아무런 지원 없이 5개월 이상 견딜 수 있었다. 모든 병사가 분말 형태로 가공한 말젖 4~5㎏ 정도를 갖고 다니다 필요할 때 물에 풀어 먹었다. ‘보르츠’라는 육포도 뛰어난 전투식량이었다. 소나 양 한 마리의 고기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방광주머니에 보관했다.

이 같은 기동성과 효율성 덕에 몽골기병은 불과 25년 만에 로마군이 400년간 정복한 것보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 몽골 인구는 100만 명, 병사는 10만 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적은 숫자로 약 30개국을 정복한 이면에는 최악의 잔혹성이 숨겨져 있었다. 13세기 몽골기병에 의해 줄어든 인구가 3000만 명 이상이었다.

몽골기병은 공포심으로 항복을 유도하고, 복수의 씨앗을 없앤다면서 저항지에선 ‘수레바퀴보다 키 큰 사람’을 몰살시켰다고 한다. 여기에 농경민을 ‘풀 뜯어 먹고 사는 가축’ 정도로 천시한 유목민의 적대 논리까지 더해졌다.

몽골기병의 이런 양면성을 의식한 탓이었을까. 어제 한 대선 후보는 ‘몽골기병’ 대신 ‘고구려 기병’을 소환했다. 그는 선대위 차원의 공약을 발표하면서 “고구려 기병처럼 대한민국의 디지털 영토를 전방위적으로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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