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찾은 부산 신항 2부두(PNC) 터미널. 스위스 해운업체 MSC의 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루도비카호 위로 쉴 새 없이 컨테이너가 쌓이고 있었다. 야드에서는 73대의 노란색 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며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겹겹이 쌓아올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4단으로 쌓였던 컨테이너 높이가 최대 적재 높이인 6단(약 15m)까지 올라갔다. 통상 4단이 넘어가면 항만 운영 효율이 떨어지지만 “밀려드는 물동량에 어쩔 수 없다”는 게 터미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PNC 터미널은 단일 터미널로는 국내 최대다. 부지 규모가 120만㎡에 달한다. 그런데도 빽빽이 쌓인 컨테이너로 야드의 빈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2부두가 처리한 물동량은 485만TEU다. 올해는 500만TEU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다른 부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부두 안쪽에 정박한 시스팬사의 1만TEU급 브리즈호 위로 안벽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계속해서 쌓아올렸다. 부산항 인근의 한 주민은 “평일 낮에도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도로를 가득 채워 항만쪽은 항상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통상 60~70% 정도를 유지하던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수용 여력)은 이달 들어 80%까지 올라왔다. 부산항만공사는 급한 대로 지난 7월 1·2차에 이어 내달 3차 임시 장치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예정된 선박 일정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정시성은 하락세다. 물류 적체 현상이 심화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지난달에는 30%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컨테이너선 10척 가운데 운항 일정을 맞춘 선박이 3척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PNC 터미널 관계자는 “이달 정시성이 소폭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라며 “(물류대란) 상황이 길어질 것에 대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상 운임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일부 하락했지만 국내에서 컨테이너선 운임지표로 활용하는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7월부터 40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SCFI는 1000선에 머물렀지만 이후 급격히 상승하면서 올 들어서만 60% 이상 올랐다. 최근 벌어진 요소수 대란도 물류대란 가중에 한몫했다. 컨테이너 차량뿐 아니라 항만 내 컨테이너 이동장비 중 일부도 요소수를 필요로 한다.
부산=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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