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술의 두 가지 얼굴

입력 2021-11-24 17:57   수정 2021-11-25 00:04

가정에서 흔히 쓰고 있는 정수기 및 전자레인지,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에 장착돼 쉽게 목적지를 갈 수 있게 돕는 GPS,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친숙하게 된 적외선 카메라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애초에 이 기술은 군사용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국가를 지키는 수단으로 군사력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기술의 사용 목적을 생각했을 때 분명 민간에서 사용하는 목적과 다를 수밖에 없다. 군사용 기술을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이지만 이런 기술이 없다면 낯선 길을 갈 때 여전히 우리는 커다란 지도를 펼쳐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칼을 주방장이 사용하면 훌륭한 조리 도구가 되지만 범죄자가 사용하면 범죄의 도구가 되듯이,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 자체에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없다. 단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그 반대도 가능할 것이다.

기술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관점과 관련해 최근 개인적으로 감동한 일이 있었다. 지난번 잠깐 소개했지만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인텔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진대회에서 여러 상을 받은 바 있다. 이 또한 감동적인 쾌거지만, 수상 소식만큼 내 마음을 뒤흔든 건 바로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동기, 비전에 관한 것이었다.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학생들은 참가 선수들이 빠르게 팔을 움직여 휠체어를 조종하는 광경을 보고, 일상에서 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고민이 발전해 결국 AI로 사용자 얼굴을 인식하고 얼굴 움직임에 따라 작동할 수 있는 휠체어를 개발한 것이다. 진로를 물었더니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대답해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 생각인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에 대해 벅찬 기대를 하게 됐다.

AI를 논의할 때 오지도 않은 먼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생각은 너무 극단적인 걱정일 수도 있다. 기술의 부정적인 사용을 지양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저 학생들처럼 기술을 일상에서 활용해 소소하지만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 즉 라이프핵(life hack)에 대한 기대를 더 가져도 좋지 않을까?

코로나19가 인류의 삶과 산업 구조를 근본부터 변화시킨 지 2년이 지났다. 이런 시기일수록 새로운 기술을 누구나 차별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에 대한 접근을 보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AI는 일상에서 실생활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자 미해결된 인류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술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이왕이면 그 얼굴 중 인류를 향해 미소 짓는 얼굴을 더욱 미소짓게 하는 것이 어른 세대의 남은 책무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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