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청년실업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경 코알라]

입력 2021-11-25 09:42   수정 2021-11-25 09:43


▶11월 2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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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거지
필자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해가 2014년이다. 당시만 해도 서울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4억~5억 원 수준이었고 안정적인 직업만 있다면 대출도 집값의 70%까지 나왔다. 지금 들으면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도 이제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도 이런 의견에 공감하여 무리해서 집을 사지 않기로 했다.

한데 당시 필자의 팀장님은 유난히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아파트포유에 신규 아파트 분양 공고가 뜰 때면 항상 전체 팀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빨리 신청하라고 재촉하시곤 했다. 얼마 전 당시 회사 동료로부터 그분이 퇴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서울과 경기도에 보유한 집이 다섯 채라고 한다. 남들이 한창 진급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연말에 유유히 골프를 치러 다닐 그분의 모습을 상상했다.
부의 불평등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집값 상승은 신용 거래와 부채의 엄청난 증가로 인해 벌어진 필연적 현상이다. 2000년만 해도 전 세계 총부채는 약 62조 달러였고, 전 세계 경제 규모는 약 33조5000억 달러였다. 그 후 2018년까지 전 세계 경제 규모는 약 80조 달러로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전 세계 총부채는 247조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시 말하면 46조 달러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185조 달러의 부채를 얻어 썼다는 뜻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신용과 부채의 힘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그리고 이 게임의 압도적인 승자는 언제나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이었다.

지난 10월 18일자 CNBC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상위 10% 부자가 미국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8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주식이라는 자산이 그동안 부의 불평등 심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바로 보여준다.


미국 전체 가구 중 직, 간접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 비율 추이 / 출처: CNBC

미 연준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이어진 팬데믹 기간 동안 상위 1% 부자는 주식과 펀드를 통해 총 6조5000억 달러의 부를 축적했지만, 하위 90%의 미국인들은 1조2000억 달러의 부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부자들처럼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탓에 앉은 자리에서 벼락 거지가 된 것이다.
현실도피
어느 사회든 경제적 게임이 소수 몇 사람의 이익만 옹호하고 다른 이들은 불이익을 당하도록 조작될 때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지금 사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선진국보다는 개도국에서, 특히 청년 계층에서 더욱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사이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이동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다. 거기에 청년실업 문제까지 겹쳤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0.1%로 전체 실업률 대비 2.8배에 달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좌절한 청년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곳은 바로 인터넷 공간이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하늘과 바닷길이 막힌 영향도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유튜브, 틱톡, 트위치 등 신흥 SNS가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욕구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게임은 이런 현실로부터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대표 게임인 미르 4의 경우 의외로 동남아와 남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안에서 벌어들인 흑철이라는 재화를 위믹스 코인으로 교환하여 빗썸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Play to Earn(P2E)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구직난에 시달리는 이 나라의 청년들에게 미르 4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유튜브나 트위치 같은 소득 창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직업들
미르 4보다 먼저 필리핀에서 대박을 터트린 원조 P2E 게임 엑시인피니티에는 벌써 이색 직업이 등장했다. 이 게임은 일단 3마리의 엑시(NFT 캐릭터)를 구매한 뒤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데, 엑시 하나당 가격이 수십만 원대라 돈이 없는 사람들은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제작사인 스카이마비스는 스칼러십 제도를 도입하여 사용자가 타인에게 계정을 대여해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마치 땅을 구매하여 소작농들에게 빌려주고 수확물 일부를 사용료로 받는 지주처럼, 게임 계정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나눠 갖는 새로운 직업이 생긴 것이다.


필리핀에는 전문적으로 엑시 스콜라쉽 계정을 운영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 출처: Manilla Bulletin

네이버의 유명 메타버스 게임 제페토에는 게임 내 의상을 만드는 아이템 크리에이터가 존재한다. 현실 세계의 패션 디자이너와 같은 직업이다. 상위권 크리에이터인 렌지의 경우 월 1500만 원 정도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꼭 상위권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활동하기만 하면 평균 월 300만 원 정도는 번다고 한다.

게임 안에서 버는 돈이라고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시장은 언제나 최선의 답을 찾는다고 했던가? 영원히 사라진 것만 같았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어쩌면 가상 세계를 통해 다시 연결될지도 모른다.
도전과 책임
그러나 사실 계층이동, 경제적 자유, 그리고 성공한 삶은 항상 도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그 공간이 현실이나 가상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성장은 투자를 통해 일어난다. 오늘 소비하는 것을 미루고 저축하여 미래의 생산능력을 증진하도록 자본재의 양을 늘리는 것이 투자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투자를 단행하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도전정신이다. 필자는 이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다. 기업가들은 경제를 번영하게 만드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청년 수당이나 실업급여는 수입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도전의 주기를 인위적으로 늘려 국민의 도전정신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문제는 이미 우리가 정부에서 주는 공짜 돈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조금이라도 경제에 문제가 생겨 표심이 떠날 조짐이 보이면 돈을 찍어 뿌려 민심을 달랠 것이다. 그러면 자산 가격은 또 올라가고 빈부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 때문에 우리는 가상 세계의 새로운 기회들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 안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고, 강남 아파트처럼 장기적 부를 축적해줄 자산에 투자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함께 도전할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멀어지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애써 부정하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메타버스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명언을 되뇌어 보자. "젊은 날의 매력은, 결국 꿈을 위해 무엇을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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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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