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아도 일어난다"…'JABCHO(잡초)'를 패스워드로 쓴 실리콘밸리 투자가[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입력 2021-11-24 06:07   수정 2021-11-24 09:08


JABCHO. '잡초'로 읽히는 이 알파벳 조합은 제이 정(Jay Chong) 밀레니엄테크놀로지밸류파트너스 대표(사진)가 얼마 전까지 썼던 이메일 패스워드다. 인텔 본사 수석 매니저, 삼성벤처투자 미국법인 상무, SK그룹 e-모빌리티 그룹 헤드(전무) 등을 거쳐 세계적인 투자회사 '블랙스톤' 계열 벤처캐피털(VC)에 합류한 정 대표가 굳이 '잡초'를 패스워드로 쓴 이유가 뭘까.

정 대표는 "스스로를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공을 위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달려왔단 얘기다.

그의 화려한 이력 뒤엔 고난의 순간이 적지 않았다. 정 대표가 자신의 삶에 대해 '턱걸이 인생'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미국 고등학교 재학 시절 "대학에 가겠다"는 그의 말에 선생님이 피식 웃을 정도로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결국 미국 명문 UC버클리, 코넬 MBA를 거쳐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인텔에 입사했지만 동양인이 느낄 수 밖에 없는 벽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현지인들의 '이너서클'에 들어가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완벽하게 맡은 일을 해내는 것은 기본, 짧은 영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공통의 화제를 갖기 위해 미국 스포츠를 팠고 분위기를 녹일 수 있는 고품격 농담도 미리 준비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할 땐 일부러 투자 회사의 이사회 이사를 맡아 창업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렇게 20년, 정 대표는 실리콘밸리 딥테크(고급 기술이 필요한 테크놀로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스스럼없이 BBQ 파티에 초대하는 유명 밴처캐피털리스트가 됐고,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파이낸셜 VC'인 밀레니엄에 입성했다.

정 대표는 매일 "오늘, 기죽지말자"를 되내이며 현지인들에게 먼저 다가간다고한다.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어렵게 들어간 '이너서클'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즘에는 정 대표가 현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생각해보니 석 달 전 쯤 정 대표를 처음 마주친 곳도 실리콘밸리의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 한인식당촌에 있는 허름한 선술집이었다. 당시 그는 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인 '옐로우브릭'의 백인 오너들과 함께 소주에 김치찌개를 먹고 있었다.
모빌리티, 딥테크(deep-tech) 투자 펀드 준비
▶밀레니엄테크놀로지밸류파트너스는 어떤 회사입니까.

"19년 전에 세계적인 사모펀드 투자회사 '블랙스톤' 그룹에서 스핀오프(분리)된 회사입니다. 창업자인 다니엘 버스틴도 블랙스톤 출신입니다. 블랙스톤에서 '시니어 어드바이저' 역할을 했고, 블랙스톤의 부동산 투자 펀드도 처음 만든 사람입니다. 책도 많이 써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도 됐었습니다. 이 회사는 블랙스톤의 고위 임원들이 출자했습니다. 주투자전략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 기술을 벤처캐피털에 접목한 ‘파이낸셜 아비트리지'입니다. 시장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저평가된 회사에 적극 투자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현재 메타), 알리바바, 트위터, 스포티바이 등 섹터 구분 없이 좋은 회사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냈습니다. 두 번째로 '밀레니엄뉴호라이즌스' 펀드가 있습니다. 섹터는 딥테크(고급 기술이 필요한 테크놀로지)와 모빌리티입니다. 설정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역시 좋은 회사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오로라, 플러스닷에이아이, 팬텀AI 같은 자율주행 모빌리티쪽의 좋은 기업과 조비와 같은 에어택시 회사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입니다. 머신러닝하고 사이버보안 쪽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밀레니엄은 10개 투자해서 1개 대박 터트리고 5개는 포기하고 이런 벤처캐피털이 아닙니다. 10개 투자하면 9개는 성공할 수 있게끔 하죠. 19년 동안 IRR이 39%에 달합니다."

▶밀레니엄엔 어떻게 합류하셨죠.

"6개월 전에 들어갔습니다. 과거 삼성벤처투자 미국법인에 있을 때부터 얘기가 오고 갔습니다. 제너럴 파트너가 4명인데 그 중에 한 명입니다. 저는 딥테크와 모빌리티 쪽을 담당하고있습니다."

▶최근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밀레니엄뉴호라이즌스 두번째 펀드를 준비 중입니다. 사실 다음 펀드로 업종 구분 없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제너럴 펀드를 할 것인지, 아니면 딥테크와 모빌리티에 특화된 뉴호라이즌스펀드를 할지, 아니면 둘 다 할 지에 대해서 회사에서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시장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된 상태라서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3년 안에 조정이 올 것 같은데 그 때가 되면 제너럴펀드를 해서 밀레니엄의 장점을 극대화하자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조정이 와도 딥테크 회사들의 등락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딥테크회사들은 조정이 와도 계속 성장할 것이란 믿음입니다. 딥테크는 기업 생산성에 주는 영향이 크고,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왜 모빌리티죠.

"혁신(이노베이션)이 굉장히 많을 것입니다. 모빌리티쪽 리비안 등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아직 전기차(EV)쪽은 초창기 산업입니다. EV 마켓이 2021년 기준 신차의 7% 수준입니다. 아직까지 갈길이 멉니다. 그리고 조사 자료를 보면 2025년까지 2500억달러 투자가 모빌리티 쪽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무인자동차쪽으로 10년 동안 혁신이 많을 것입니다. 만약 무인자동차가 구현이 된다면 서비스 콘텐츠 등 무인차 생태계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길겁니다. 모빌리티는 계속 갈 것이란 얘기입니다."


▶딥테크는요.

"딥 테크는 힘든 기술을 구현하는 것인데요. 여기도 초기단계입니다. AI(인공지능) 머신러닝은 새롭지 않은데 이를 통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쪽으로 접근하는 사업이 커질 것입니다. 특히 로봇자동화쪽과 관련해서 말씀드릴게요. 이쪽이 사실 굉장히 오래된 사업입니다. 요즘 뭐가 달라졌냐면요, 과거엔 프로그램 된대로 단순한 일 밖에 못했습니다. 지금은 AI 머신러닝이 접목되면서 로봇이 생각을 합니다."

▶기업 사례가 있을까요.

"덱스테리티(Dexterity)라는 스타트업입니다. 글로벌 탑티어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업체입니다. 밸류에이션이 1년 안에 20배 이상 오를 수도 있는 회사입니다. 빵 공장에서 제품을 분류하는 로봇을 만드는 업체입니다. 멕시코의 '빔보'라는 세계 최고의 제빵회사와 협력을 하고있습니다. 오븐에서 빵을 옮겨서 배송지를 분류하는 건 사람들이 밤을 새서 했죠. 또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빵을 집을 때부터 부서질 수도 있어서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로봇이 머신러닝을 통해서 빵을 몇 번 굴려보고 모양에 따라 어떻게 집어야하는지 정확하게 스스로 학습합니다. 그리고 그 학습을 동료 로봇들이 실시간으로 학습합니다. 이 회사가 지금 굉장히 큰 미국 유통업체들과 계약을 얘기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Ambi 로보틱스라고 여기는 로봇이 주소를 읽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덱스테리티는 스탠퍼드, Ambi 로보틱스는 UC버클리 출신들이 주축이 된 회사입니다. 이제는 딥테크를 통해 로봇이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물류창고 자동화, 우주 관련 스타트업에도 관심
▶요즘 딥테크 관련해서 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요.

"저는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물류창고를 자동화하는기업들도 보고 있어요. 이커머스 관련 포장을 하는 게 수작업인데, 노동비가 전체 사업의 60% 정도를 차지합니다. 앞으로 혁신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 비중을 조금만 낮춰도 엄청나게 생산성이 향상되겠죠."

▶무인자동차처럼 로봇도 완전히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네 로봇이 사람 수준까지 오려면 오래 걸리죠. 오랜 기간 로봇과 사람이 공존할겁니다. 공존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많겠죠. 제가 최근 투자검토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물건을 포장할 때 실수가 많은데, 로봇이 함께 분석해서 잘못 집어넣으면 알람을 주고요, 바코드를 잘못 찍었으면 알려주고, 또 데이터도 수집을 하고요. 그리고 수집한 데이터는 AI 로봇 트레이닝 하는데 쓰일 수 있습니다. 이런 영역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장성이 크다고 보는 분야가 또 있을까요.

"스페이스쪽 많이 봅니다. 우주항공 쪽에도 혁신이 많습니다. 자동차업체들에서 요즘 전기차다 자율주행이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항공도 무인비행기, 연료도 전기 또는 수소 등 새로운 것으로 바뀔 겁니다. 특히 위성쪽도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300마일 고도로 작은 위성들을 쏘아올려서 지구를 커버하는 그런 기술들이 많이 나옵니다. 위성버스(satellite bus)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각 고객사들의 위성 사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위성버스 제작사들이 고객 맞춤형으로 개발을 해서 쏘아올리고 버렸습니다. 지금은 표준화를 시키고 모듈화를 해서 위성버스를 다시 사용하고 스페이스X처럼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화두인데요.


"10년 전에 많이 봤습니다. 몇 군데 투자할 뻔 했는데, 당시 기업들이 하려던 게 지금 메타(舊 페이스북)가 하려는 겁니다. 저는 소셜미디어플랫폼이 3차원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문제는 당시에 퀄러티가 너무 떨어졌어요. 시각 인지와 현실 공간이 일치가 되지 않아 어지럽고 배터리 수명도 짧습니다. AR(증강현실) 안경이 무거웠습니다."

▶지금 기술 수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긴한데, 인텔 전문가한테 요즘 메타버스 수준이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getting closed'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증강현실 가상현실에선 '시각화'가 중요한데 해상도도 더 높아져야 하고 사람들을 어지럽게 안 만드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이런 회사들을 보고 있고요. 또 메타버스에선 컴퓨팅파워가 크기 때문에 기기의 '배터리 성능'도 중요합니다. 계속 시장이 커질 것 같아요. 페이스북은 1년 동안 100억달러 투자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메타버스의 명암이 있겠지만 시장은 어찌됐든 커질 것으로 봅니다."
좋은기업 발굴 위해선 '실리콘밸리 네트워크'가 중요
▶좋은기업을 발굴하는 능력이 중요할텐데요.

"결국은 네트워크입니다. 레이트 스테이지(late stage, 시리즈 B, C 등 후기 단계 투자) 기업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차별화가 없는 거죠. 진짜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는 네트워크가 없으면 발굴을 못합니다. 특정 산업의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은 딜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대표님은 이너서클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우선 2010년부터 삼성벤처투자 미국법인에서 근무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메모리 등에서 세계 1위 기업이죠. 세계적인 VC들이 삼성벤처에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자주 하더군요. VC들 입장에서도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삼성의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생태계 안에 들어가면 기업가치 향상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CVC(기업 계열 벤처투자사)였지만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도 위험부담이 커도 무인자동차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성장성이 큰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삼성벤처에서도 처음엔 저를 좀 독특한 스타일로 봤는데 나중엔 인정해주더군요."

▶저절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진 않았을텐데요.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합니다. 저는 삼성벤처에서 투자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최대한 '이사회 이사' 자리를 요청했습니다. 투자한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제 능력을 보여주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여러 조언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공동 투자자들과 기업에서 상당한 신뢰를 보내더군요. 엑시트(투자금 회수) 이후 스타트업 경영진들과 축하파티를 할 때 "제이, 고마워. 다음 딜도 같이 하자"란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딥테크분야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창업을 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엔지니어들이 한정돼있습니다. 그리고 딥테크 투자자들도 정해저 있고요. 그들만의 리그가있습니다. 제가 한 번 신뢰를 얻으니까 계속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고, 그분들이 저를 또 자기들과 친한 지인들에게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너서클에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딥테크 창업자들과 BBQ 파티할 정도로 친분 깊어
▶이렇게 만든 인맥에 대해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네. AI 트레이닝 회사 세레브라스(Cerebras)의 창업자 앤드루 펠드먼이 이렇게 친분을 쌓은 친구입니다. 제가 삼성벤처스에 입사에 처음으로 투자한 SeaMicro란 회사의 창업자였습니다. 이때 같이 이사회를 운영했던 분들이 굉장히 훌륭한 분들이었는데 아직까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AMD CTO와 Veritas의 창업자(founde), Khosla Ventures 대표 등입니다. 앤드루는 1년에 한 번 독립기념일에 본인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 이 때 유명한 글로벌 VC, 창업자들이 많이 옵니다. 이렇게 교류를 하고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나중엔 유명 테크기업 창업자들과도 연이 닿게 됩니다."

▶인맥이 도움이 된 사례 하나가 궁금합니다.

"뉴타닉스(Nutainix)라고 데이터센터 하이퍼스케일 스토리지(저장장치) 업체입니다. 지금은 나스닥 상장사죠. 이 회사에 코슬라벤처스 등 유명 VC들이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했는데, SeaMicro 이사이자 Veritas 창업자인 마크 레슬리가 저한테도 '함께 투자하자'며 불러주더군요. 아쉽게도 최종적으론 회사 사정 때문에 투자를 하진 못했지만, 투자 검토할 때 창업자와 아주 친해졌습니다. Nutanix는 상장을 했습니다. 창업자는 이후 몇 년 동안 CEO로 역임하다 최근에 DevRep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시드(Seed) 투자만 5000만달러를 받았습니다. 최근에 만났는데 ‘My Friend’라고 부르며 다음라운드에 같이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이런 게 네트워크의 힘입니다."

▶인맥을 유지하는데도 노력이 필요할텐데요.

"일단 제가 '투자를 잘 한다'는 얘기가 나와야하고, 좋은 투자 포트폴리오가 있어야하고, 이너스클에 들어가야합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친해지고, 서로 좋은 딜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되어야합니다. 영어로 “There is no free lunch”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은 비즈니스 이해관계고 give and take가 있어야 하는거죠.

▶사회생활 초창기엔 인텔에서 근무하셨네요.

"네. MBA 마치고 들어갔습니다. 인텔은 당시 세계 최고의 회사였습니다. '센트리노' 같은 제품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흰머리가 날 정도로 일하셨더라고요.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일했습니다. 인정 받고 승진하고 싶어서 세 사람 일을 혼자서 다했죠.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했습니다. 어느날 인텔 인사담당 매니저가 부르더라고요. '제이, 일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일만하면 안돼.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해'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인텔에서 세 사람 몫 일했더니..."사람 관계도 신경써야한다" 조언 들어
▶일만하지 말란 얘기군요.

"네. 일만해선 실리콘밸리에선 인정 못 받아요.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자기 PR'을 해야합니다. 그게 문화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인정 안해줘요."

▶인텔에서 적응은 잘 하셨나요.

"Cornell(코넬) MBA를 마치고 갓 입사했던 저는 스스로에 대해 '똑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프레젠테이션에서 무너졌죠. 40페이지를 준비했는데 한 시간 동안 한 페이지도 못 넘겼습니다. 제품 전략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정말 '벌떼처럼' 질문을 퍼붓더라고요. '나를 싫어하나'란 생각이 들고 준비도 잘 못해서 대답을 못했습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인텔의 문화'더라고요. '컨스트럭티브 컨프런테이션(constructive confrontation)', 즉 한국말로 옮기면 '생산적인 공격'입니다. 세부적인 질문을 하고 토론을 대충하지 말고 끝장을 보라는 겁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적응이되니까 저도 잘 하게 되더라고요."

▶인텔에서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습니까.

"네, 앤디 그로브 당시 대표(CEO)입니다. 그는 '철학자'입니다. 인사이트가 있고 이야기를 하면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야기를 잘 하고 많은 정보를 주는 분들도 훌륭하죠. 하지만 저는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티브 잡스도 제가 좋아하는 기업인입니다. 비즈니스에 철학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새로운 마켓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창출된 마켓에서 비지니스를 하는 것과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근무하실 때의 인텔과 지금 인텔의 위상은 약간 차이가 있죠.

"앤디 그로브가 있었으면 인텔이 지금 이렇진 않았죠. 인텔의 어드바이저 중에 클레이튼 크리스틴슨 하버드 경영대 교수가 계셨는데 '이노베이터스 딜레마', 즉 혁신기업의 딜레마란 저서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기존 고객과 신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인텔이 2000년대 중반부터 영국 ARM에 모바일쪽 사업의 패권을 넘겨준 이유죠. 앤디 그로브는 “오직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유명한 경영책을 저술하셨고, 그책에서 '항상 바로 뒤에서 경쟁자가 좇아오기 때문에 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는데, 아쉽습니다."

▶인텔에서 나오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텔에서 7년쯤 일했을 때 이직 제의가 많았어요. 인텔 본사에서 한국어을 하면서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은 사실상 제가 유일했죠. 모 대기업의 사장님 인터뷰까지 하고 회사를 옮기려고 하니까 인텔에서 중국법인으로 보내주더라고요. 'Life is good'이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즐거운 삶을 살았는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내가 없어도 인텔 같은 큰 회사는 굴러간다', 두번째는 인텔이 다시 획기적인 성장을 할 거 같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삼성벤처에서 '무인자동차' 첫 투자
▶그런데 스타트업이 아니라 투자업계로 가셨네요.

"2010년 지인을 통해 삼성벤처 미국법인을 추천받았습니다. 처음엔 3년 정도 VC에서 일하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7년이나 있게됐습니다.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죠. 앞에 설명한대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임원으로 승진도 해보고요. 저도 열심히 투자하면서 회사에 수익을 많이 벌어줬습니다.(웃음)"

▶삼성벤처에서 대표님이 '처음' 한 것들이 많았다던데요.

"네, 삼성은 '얼리스테이지(창업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좀 신중했어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 겁니다. 저는 당연한 얘기지만 '나쁜 회사에 투자하면 리스크가 높고, 좋은 회사에 투자하면 리스크가 낮다'라고 생각했어요. 2010년 초에 실적이 없는 한 무인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엔 반대가 많았는데 결국 투자를 했고 좋은 수익을 거뒀죠. 그러나 수익보다는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봤다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에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무인자동차는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창업자만 리스크테이킹을 하는게 아니라 투자자도 리스크테이킹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 투자로 테슬라 창업자이자 CEO 였던 마틴 에버하드와 친해져서 아직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마틴, 그의 아내와 같이 저녁을 했는데 제가 마틴에게 커피를 쏟아서 미안했습니다.(웃음)

▶업계에서 이름이 좀 알려졌겠는데요.

"세계적인 VC 내부 행사에 가서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메인 스피커는 현 아마존(Amazon) CEO와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었고요. 사회자가 저에 대해서 'CVC에 속해있지만 파이낸셜 VC처럼 투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더군요."

▶현지인들하고 친해지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전 1대 1로 만나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가족 얘기도 하고요,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집으로 초대해서 한국 음식도 대접합니다. 인텔에서 느낀 게 '일만 잘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상사 등 여러 사람들과의 릴레이션십도 중요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언어의 핸디캡 때문일까요.

"사실 저도 영어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는 사람입니다. 완벽하지 않죠. 저도 사람인데 백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편하지 않겠어요. 히지만 매일 '오늘, 기죽지말자'고 다짐합니다. 언어보다는 문화차이에서 오는 편견, 불편함을 극복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좀 외향적이기도 하고요."

▶일부러 노력을 하신다는 말씀이네요.

"후배 A와 B가 있는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직장 상사는 좀 더 사적인 교감이 있는 친밀한 사람을 선호하겠죠. 그래서 저는 현지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합니다. 일부러 농담도 하고요. 또 제가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미국인들과 공통의 관심사가 됩니다. 그렇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다보면 헤어질 때쯤 되면 허그도 하고 하이파이브하게 됩니다. '연극'처럼 보일 지는 몰라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죠. 그러니까 백인들도 저한테 '에너지많고 적극적이다', ‘동양인’ 같지 않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미국인들이 아시안에 대해 생각하는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거죠."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깨야한다는 거네요.

"네. 사실 백인들이 동양인을 무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많았고요. 저는 그걸 긍정적으로 풀어낸거죠. 제가 이민온 80년대 초는 한국 위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웃음)”
창업자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의 '협업'도 스타트업 성공 열쇠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는요.

"실패한 투자가 생각이 나네요. 2015년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관련 기업들에 투자를 했어요. 몇 개의 스타트업은 IPO까지 가서 엄청나게 성공을 했죠. 그런데 실패한 곳도 있었는데 '데이테라'(Datera)라는 회사입니다. 정말 훌륭한 탑티어 VC들이 투자를 했고 창업자들도 훌륭했죠. 그런데 올스타급 멤버가 모였다고 올스타팀이 되지 않더라고요. 회사 운영에 의견 차이가 컸고 갈등이 심해졌죠. 서로 싸우고는 6개월 뒤에 다수의 중역들이 나갔어요. 팀을 보고 투자한건데 팀이 없어진거죠. 팀의 중요성, 구성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삼성벤처에서 나와서 SK그룹으로 가신 계기는요.

"처음엔 지금 몸 담고 있는 밀레니엄에 합류하려고 했는데, 중국에서의 투자 유치 때문에 문제가 생겼어요. 마침 SK에서 신사업 투자 담당 임원(전무) 오퍼가 왔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었죠. 한국 대기업의 중요한 포지션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었어요. 하나 더 이야기할게요.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결혼 초기에 안사람에게 '나중에 한국에서 처가 어른들 모시면서 살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저에게 항상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신 훌륭하고 감사한 분들이죠. 미국에서 자리 잡기 위해 약속 이행을 미루고 있었어요. 부끄러운 모습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죠. 대기업의 임원이 돼서 한국에 다시 들어가면 그분들께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SK에서 어떤 일을 하셨죠.

"e-모빌리티그룹의 리더를 맡아 그룹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전략, 인수합병(M&A), 투자 등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로 다시 온 계기는요.

"SK에서 일할 때도 실리콘밸리에서 종종 워크샵을 했어요. 여기 올 때마다 가슴이 탁 트이더라고요. 여기 사람들을 만나서 '꿈'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면 심장도 뛰었죠. 비전과 리스크테이킹(위험 감수), 리워드(보상) 등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됐고요. 더 늦기 전에, 실리콘밸리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오긴했지만 SK와는 아직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배운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고 고마운 분들도 많고요. 특히 SK는 새로운 먹거리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과감한 실행력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한국 VC, 스타트업 시장 등을 평가한다면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너무 커요. 정부에서 스타트업 육성하는 건 잘하고 있습니다. IPO(기업공개)까지 가는 규제를 푸는 것도 좋은 방향이고요. 그런데 M&A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합니다."

▶M&A라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말씀하시는건가요.

"네, 미국에선 스타트업이 특정 기업으로부터 인수제안을 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 M&A에 다소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조직적 위협을 느끼는 부분도 있고요."

▶M&A를 할만한 스타트업이 많지 않은 건 아닐까요.

"한국 스타트업은 핀테크, 바이오, 이커머스 중심입니다. 정작 '딥테크'는 별로 없어요. 스타트업의 밸류예이션이 올라서 M&A가 잘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 마켓이 작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테크 스타트업들은 큰 시장인 미국으로 나와야합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 처럼요."
현지 인큐베이팅 후 미국 진출 '이스라엘 모델' 닮아야
▶이스라엘에 대해서 설명을 좀 더 해주신다면요.

"현지에서 인큐베이팅하고 미국으로 나오는 모델이죠. 미국 유태인 자금, 커넥션의 도움도 받긴하지만요. 한국 창업자들도 과거와 다르게 요즘엔 영어도 저보다 더 잘하는 분도 많고 문화적으로 상당히 '미국화'가 돼있습니다."

▶그런데 '위험'이 크지 않을까요.

"그것을 이겨내야합니다. 지금 한국이란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어느때보다 좋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올 때는 후진국 수준으로 대우를 받았는데 지금 오징어게임 히트치고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상도 받고, BTS 같은 유명 가수에 삼성, SK 등 글로벌기업들도 많고요. 한국 젊은이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곳'에서 벗어나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해야해요. 더 커지려면 불편한 것을 감수하고 이겨내야합니다."

▶대표님께서도 역할이 있겠네요.

"미국에 있는 유태인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돕듯이, 저도 나중에는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네트워크도 만들어주고 가능하면 투자도하고 고객도 소개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습니까.

"저는 중학교 때 미국에 왔는데, 진짜 흙수저였어요. 당시 한인 사회는 지금하고 달랐어요. 지금이야 빅테크 엔지니어, 교수, 변호사 등등 많죠. 그 때는 대부분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5남매 늦둥이 막내인데 대학졸업자는 저밖에 없어요. 제 친척분들도 없었고. 그래서 저도 당연히 대학교를 못간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주변 환경이 쉽지 않다보니 방향을 잡아주면서 저를 도와줄 '멘토'가 없었습니다. 결혼하고 장인어른을 만날 때까지 그랬죠. 그래서 젊은 친구들한테 제가 겪고 깨달은 것들을 좀 나누고 싶습니다."
벤처투자자의 주요 덕목은 '상상력'
▶젊은 분들에게 어떤 부분을 특히 조언해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제 아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살아보면서 '몇가지만 잘 지키면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당연히 열심히 일해야하고요. 열심히 하지 않고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복권을 사는 거'랑 다를 바가 없죠. 인간은 땀 흘리고 좋은 열매를 만질 때의 기쁨이 있어요. 두번째는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잘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어떤 뛰어난 선택을 하라는 건 아니고요,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말아야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마약을 한다거나, 너무 욕심을 내서 이상한 짓을 한다거나요. 차 운전하는 것에 비교하면 스포츠카를 타고 경차를 타는거나 어떤 도로에 놓여져있느냐는 태어난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죠. 하지만 어떤 도로에서 빨간불에 지나가고 안 지나가는 건 본인의 선택이죠. 빨리 가려고 신호위반했다가 큰 일 날 수가 있잖아요.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진실하라고 합니다. 특히 힘든 사람들한테 잘 하라고 하죠. 이 세가지만 지켜도 '평균 이상은 갈 것'이라고 얘기해요."

▶스타트업 픽업을 잘 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미국말에 ’Common sense is not common’이란 말이 있죠. 중요한 건 사람을 보는 능력입니다. 창업자 중에 기술은 뛰어난데 '커먼센스'가 없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면 본인의 기술을 고수하느라고 시장과 반대로 갈 수 있죠. 그러면 위너가 될 수 없습니다. 창업자들 중에서 기술적으로 뛰어나면서도 비즈니스 센스가 뛰어난 사람이 좋습니다. 그런 창업자들은 마켓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회사방향을 조율 하죠. 아마존이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했지만 현재 가장중요한 사업은 전혀 다른 종목인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경영진이 마켓의 흐름을 읽지 못했으면 가능하지 않았겠죠.”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자질은 뭘까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실적이 없는 얼리 스테이지 기업에 투자할 때 더욱 그렇죠. 마켓이 어떻게 될지 그려보는거죠. 1980년대 '형사 가제트' 만화를 보면 소녀가 시계로 이야기를 하고 전화기를 가지고 다녔죠. 이게 현실이 됐습니다. 그리고 '전격 Z작전 키트'라는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무인자동차와 대화를 했는데, 지금 구글플레이로 차와 소통을합니다. 상상력이 현실이 됐죠."

▶상상력에 어떤 능력이 더해지면 좋을까요.

"네, 타이밍을 잘 잡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전기차 관련해서 2007년에 '베터플레이스'라고 배터리 충전이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사업을 하던 곳이 있었습니다. 당시 100억달러 투자를 받았죠. 그런데 너무 앞서나갔어요. 배터리 교환은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데 13년 전에 들고 나왔으니 너무 이른 시점이었던거죠. 포인트는 '타이밍을 잘 읽어야한다'는 겁니다. 야구감독으로 치면 투수교체를 언제해야하는 지 판단을 잘 내려야한다는 겁니다."

▶대표님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꼽자면요.

"충남 예산에서 중학교 때 미국 산호세로 처음 온 것이죠. 힘들고 먹고 살기 어려웠지만 미국에 안 왔으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결혼을 하고 장인어른, 장모님을 뵙게된 것입니다. 장인어른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사장까지 하신 분입니다. 흙수저 출신 저에게 항상 '정 서방은 크게 될 것'이라고 덕담을 해주셨어요. 자꾸 덕담을 듣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작은 성공케이스 계속 만들면 자신감 생길 것"
▶미국 생활 초기에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작은 성공케이스를 많이 만드려고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다보면 더 힘든 일이 생겨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힘든 일을 극복하지 않았냐.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매 순간 매순간 성공사례를 만들어야합니다. 매일매일 작은 성공을 만들다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태도가 생기게 되거든요."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네, 전 제 인생을 '턱걸이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잘 해온 것은 없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을 때' 누가 밑에서 밀어주고 낭떠러지에서 건져줬죠. 신앙 때문에 은혜를 받은 것 같습니다."

▶누가 도움을 줬다는 건 평소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건데요.

"일을 할 때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을 했고 제가 한 말에 책임을 지려고 힘썼습니다. 저야 잘못되면 개인적인 문제지만, 나 때문에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어요."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원동력이 있다면요.

"돈 욕심은 없는데 명예욕은 조금 있습니다. '성공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제 이메일 패스워드중 하나가 'JABCHO', 잡초였어요. 저는 스스로를 '잡초'라고 생각했어요.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요. 저를 누가 밟으면 전 모티베이션이 돼서 더욱 노력했어요. 고등학생 때 선생님한테 'UC 버클리 가고 싶다'고 하니까 피식 웃으시더라고요. '영어도 못하는데 무슨 버클리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전 증명하고 싶었어요. '밟아라, 나는 일어난다' 이렇게 마음을 다졌습니다. 전 축 늘어져있지 않아요. 뿌리뽑기 힘든 잡초의 생존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 번은 정원을 다듬을 때 잡초를 일부러 뽑지 않은 적도 있어요. 생존력에 대한 경이, 크레딧을 준 것이죠.(웃음)"

▶일을 하시면서 재력이 뛰어난 분들과도 많이 접촉하셨을텐데요.

"작은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서 체력을 길러야해요. 인생은 힘듭니다. 불교에선 그래서 인생을 '고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주눅들지 않으려고 해요. 저 자신에게 세뇌를 시킵니다. 계급장 떼면 사람이 남는 건 사람의 중심, 즉 '진심' 뿐이라고요. 그래서 솔직하게 조언드릴 건 조언드리고 이야기를 하니까 오히려 저를 더 좋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건요.

"아까 말씀드린 미국 내 한인 네트워크를 쌓고 후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하나고요.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종교적인 이야기인데요. 제가 신앙에 독실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을 희생하시면서 선교하시는 분들의 자제분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쌓아온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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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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