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부동산 관련 세금을 크게 올린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처럼 집값이 오른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오히려 개인 및 기업의 부동산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부동산 세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7개 회원국 중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세금 체계를 개편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10개국으로 조사됐다. 재산세 등 보유세를 인하한 국가는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캐나다 등 5개국이었다.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춘 국가도 영국 등 다섯 곳에 달했다.
부동산세 감면에 가장 적극적인 영국은 50만파운드(약 8억원) 이하 부동산을 살 때 내는 2~5%의 인지세(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소매업과 레저 등 서비스업체가 보유한 부동산의 재산세도 한시적으로 감면했다. 감면율은 연도별로 66~100%에 달했다. 예산정책처는 “부동산 관련 일자리를 보호하고 기업의 고정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감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도 잇따랐다. 이탈리아는 호텔, 식당, 클럽, 극장, 공중목욕탕 등 업종에 물리는 재산세를 7개월간 면제했다. 감면 규모는 2억6000만유로(약 3500억원)로 추정됐다. 일본은 소득이 급감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를 50~100% 감면했다. 한국의 재산세와 비슷한 세금이다. 캐나다는 자치주별로 다른 세금감면책을 도입했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의 재산세를 평균 25% 감면했다.
특정 계층에 한해 세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도입했다. 네덜란드는 35세 미만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취득세(8%)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노인·장애인을 위한 주택을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3월 거래세 징수유예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간소화해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선진국도 이들 국가의 부동산 조세 정책을 통한 거래 활성화와 소비 진작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텍사스주가 대표적 사례다. 텍사스주 의회는 지난달 실거주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 일부를 영구 감면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 의원은 “집값 급등의 부작용을 고민하는 국가들이 부동산 세금 인상에 신중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영국과 네덜란드의 지난 1년간 부동산 지수 상승률(2분기 말 기준)은 각각 13.2%, 14.5%로 한국(6.8%)보다 높았다.
예산정책처가 이번 연구에 참조한 ‘OECD 세제개편 2021’ 보고서도 “코로나19 위기에 재산세를 개편한 국가는 많지 않았다”며 “대체로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정책”이라고 요약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