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범죄 막자"…코딩 무장한 'MZ 경찰'

입력 2021-11-26 17:52   수정 2021-11-26 23:55

n번방 사건, 몸캠피싱, 투자사이트 사칭 피싱….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각종 범죄도 ‘디지털 쏠림’이 가속화하는 추세다. 문제는 경찰이 민간 영역에서 대세가 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이에 맞서기가 만만치 않은 환경이라는 데 있다. 범죄 예방에 쓰여야 할 데이터가 외부 전문가들에게는 개방하기 어려운 범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찰이 이런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자체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2018년 7월 충남 아산 경찰대에 설립한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이런 고민의 산물이었다.

설립 후 3년여가 지난 지금,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범죄예방 도구를 개발하는 성과를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장광호 센터장(47·경정·사진)과 그가 이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경찰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프로그래밍하는 경찰
경찰대 스마트치안센터가 최근 내놓은 프로그램은 지난 9월 출시한 악성파일 탐지앱 ‘시티즌코난’과 이달 선보인 112신고·수사내역 자연어분류시스템 ‘코난’이다. 이 중 코난은 김희두 경위(30) 등 데이터 기술을 직접 배운 현직 경찰들이 주축이 돼 개발했다.

김 경위는 경찰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이 센터에서 3년여간 데이터 기술, 프로그래밍 등을 배워가며 시스템 개발을 병행했다. AI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보안상 문제를 극복하려면 데이터 접근 권한이 있고, 이를 해석할 역량을 갖춘 경찰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코난은 112신고, 형사사법포털(KICS), 각 경찰관서, 더치트, 피싱아이즈 등에 올라온 텍스트 기반의 범죄 정보를 자동으로 분류한다. 센터는 이 시스템을 경찰 내부, 자치경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여러 관계 부서가 볼 수 있도록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개발자인 김 경위는 “코난은 시기·지역·유형별로 전화사기 추세를 분석할 수 있고, 사칭한 기관별, 수법별로 자동 분류해 대응하도록 해준다”며 “수사할 때 근거자료, 단서 등이 될 수 있으며 피의자를 검거한 뒤에도 다른 범행과의 연관성 등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앱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두 달 전 출시한 시티즌코난은 지난 25일 기준 회원 수 약 16만 명으로 8000건의 악성앱을 탐지했다. 센터는 악성앱이 자기도 모르는 새 설치됐을 때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기능을 갖춘 수사관용 앱 ‘폴리스코난’도 개발할 계획이다.

피싱 피해자가 주로 휴대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임을 감안해 경찰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한다는 취지다. 장 센터장은 “피싱앱뿐 아니라 피싱 자금 세탁에 활용되는 암호화폐 추적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치안플랫폼으로 ‘예방 치안’
센터는 이외에 ‘스마트치안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데이터를 모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개인 정보가 제거된 치안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데이터가 일정량 이상 축적되면 어느 지역이 범죄로부터 안전한지, 폐쇄회로TV(CCTV)·가로등 설치 정도와 해당 지역의 범죄 횟수는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 지역별 범죄 신고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지역별 안전시설과 범죄 발생 정도를 확인하는 지도와 함께 제공하려고 구상 중이다.

장 센터장은 ‘예방 치안’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최근 늘어나는 디지털 범죄는 첨단기술을 악용하려는 소수가 다수의 일반인을 상대로 자행하는 사례가 많고, 이를 예방해야 할 관계 부처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범죄 규명, 피해 회복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피해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산=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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