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테슬라의 배짱, 언제까지 갈까

입력 2021-11-29 08:00   수정 2021-11-29 12:30


 -사려는 사람은 많고 공급은 부족하고
 -다양한 제품 쏟아질수록 관심 멀어질 수도

 구매 대기자가 많다. 그런데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공급은 부족하다. 그럼 당연히 가격은 오른다. 하지만 이미 판매되는 차종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일은 별로 없다. 설령 오른다 해도 가파르지는 않다. 공급이 완화됐을 때 가격이 다시 안정되면 기존에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가격을 크게 올렸다. 그것도 2주에 걸쳐 두 번이나 올렸다. 일부 차종은 한국에 등장 후 5차례 가격이 올랐고 9개월 만에 3차례나 올린 차종도 있다. 이 정도면 시장 상황은 이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많이 파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사겠다는 사람에게만 팔겠다는 배짱 장사다. 그리고 배짱을 갖게 된 배경은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이 끊이지 않아서다.  

 실제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도 크게 오르니 중고차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보조금을 받아 4,100만원을 주고 산 차가 1년이 지나 4,700만원에 거래된다. 파는 사람은 실컷 타고도 남는 장사다. 자동차를 이용하고 보유하는 것 자체가 투자인 셈이다. 이들이 늘어날수록 가치는 더 오른다. 하지만 위험성도 있다. 명품과 달리 자동차는 공급이 해소되면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도 반격의 카드가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이다. 이동 수단은 하드웨어일 뿐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돈을 받는다. 스마트폰의 OS 업데이트가 무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자주 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이런 방식이 싫어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이용자는 자신의 똑똑한 차종이 살짝 퇴보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끊임없이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전기 이동 수단이지만 운행의 안정성 측면에선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탓이다.  

 그런데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회사 또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꾸준히 받거나 예고도 없이 가격을 올리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그래도 사겠다고 줄 서는 사람이 끊이지 않을까? 아니면 시장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유는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 이미지를 감안할 때 대량 생산기업의 EV보다 테슬라가 어울린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불편한 서비스도 꾹 참아낸다. 부품이 없어 수리에 한 두달이 필요해도 인내심으로 견뎌낸다. 제품이 소유자에게 부여하는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비슷한 현상은 한때 국산차와 수입차 이미지에도 나타난 바 있다. 말 그대로 해외에서 '수입'된 자동차인데 소비자들은 '수입=프리미엄'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동일하게 수입됐어도 뿌리가 한국이었던 기업이 가져오면 국산차로 인식했다. 예를 들어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완성차로 도입하거나 르노삼성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차는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면 한불모터스가 수입하는 푸조는 프랑스에서 같이 경쟁하는 르노차보다 국내에서 약간 프리미엄으로 인식된다. 나아가 독일 현지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폭스바겐도 한국에선 '프리미엄' 이미지가 일부 형성돼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수입차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냥 수입됐다고 모두 프리미엄이 아니라 수입차 또한 계층적 시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양극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벤츠, BMW에 반해 푸조 및 폭스바겐은 더 이상 프리미엄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생겨난다. 또한 국산 고급 브랜드가 등장하니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도 영향을 받는다. 브랜드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면 서비스가 편리한 쪽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테슬라도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대형 완성차 기업이 EV를 쏟아내 선택지가 많아지고 서비스가 편리하다면 선택 기준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 다양화는 이미 시작됐다. 2021 서울모빌리티쇼가 보여준 것처럼 전기차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매김한 탓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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