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불붙는 난방시장…영원한 맞수 '귀뚜라미 vs 경동'

입력 2021-11-29 14:45   수정 2021-11-29 18:52


기상청은 올 겨울 예년보다 추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10일 서울엔 작년보다 한 달 빨리 첫눈이 왔고 이달 중순부터는 가을인데도 영하권 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예년보다 낮은 라니냐가 발생하고 있고, 북극의 찬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 속도가 늦거나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구형 보일러에 대한 교체 수요가 커진다. 또 저렴한 가격에 난방 효과를 볼 수 있는 난방매트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다. 이른 추위에 보일러업계 성수기도 앞당겨졌다. 귀뚜라미 경동나비엔 대성셀틱 린나이 등은 ‘한파’와 겨울철 대목을 맞아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 가스보일러 시장서 치열한 경쟁
국내 가스보일러 연간 수요는 130만~140만대이고 이 가운데 아파트 시공때 설치되는 물량을 제외한 100만대는 연간 가정에서 교체되는 수요다. 보통 보일러의 적정 교체주기는 10년인데, 지난해 4월 친환경 가스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최근 교체 물량이 늘었다. 보일러업계 ‘맞수’인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의 신제품 모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 접목돼 난방 효율을 높였고 스마트폰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친환경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 제품의 강점은 온수공급과 안전기능이다. 대용량 온수공급에 특화된 저탕식 보일러 구조에 온수증대기술을 더해 기존 모델 대비 최대 34% 많은 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 또 가스 누설이나 지진으로 인한 폭발이나 화재 등 2차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특징이다.

경동나비엔 신제품의 강점은 ‘듀얼 센싱 제어’을 통한 맞춤형 난방기능이다. 일반적인 보일러가 공급되는 물의 온도만 제어하는 것과 달리, 방을 데우고 돌아오는 물의 온도를 측정해 평소보다 많이 식어 돌아올 경우 난방을 더 강하게 가동한다. 또 스테인리스 재질의 열교환기를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효율이 오래 유지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온수매트 카본매트 등 떠오르는 난방매트 시장
두 회사는 최근 고급 난방매트 시장에서도 맞붙었다. 난방매트는 침대 사용 증가, 1인 가구 증가, 저렴한 난방 기구 선호 등으로 시장 규모가 2012년 500억원에서 2020년 3000억원 규모로 6배 커졌다. 과거 가장 대중적인 난방매트는 전기매트(1세대)였다. 하지만 전기열선에서 전자파가 나와 인체에 해롭고 화재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온수매트(2세대)가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수, 세균, 물빼기와 물보충, 순환모터 소음 등의 불편이 컸다. 경동나비엔은 이를 개선한 제품으로 시장을 수성했다. 경동나비엔은 ‘빠른 난방’ 기능으로 기존 모델보다 45% 빠르게 온기를 전달하는 온수 매트 '나비엔 메이트'를 출시했다. 좌우 매트 온도를 1도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해 분리난방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귀뚜라미는 온수매트 시장에서 과감히 철수해 지난해 업계 최초로 온수매트의 단점을 없앤 ‘3세대’ 카본 매트를 출시했다. 방탄복에 사용되는 아라미드 첨단 섬유에 특수 피복을 입힌 카본열선이 깔려 단선 위험도 없고 물세탁도 가능하다. 기존 220V 전압을 25V로 전환해 사용하기 때문에 전자파나 화재위험도 없다. 매트 천도 친환경 고급 천연 소재를 썼다. 전기료 역시 온수매트의 절반으로 하루 8시간씩 한달간 사용해도 1200원수준이다. 카본 매트는 지난 10월 기준 귀뚜라미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경동나비엔 역시 이에 질세라 지난달 전자파 위험을 없애고 ‘스마트히팅케어’기술이 접목된 직류(DC) 온열매트를 출시했다. 대성쎌틱에너시스는 수면 중 체온변화를 고려해 매트 온도가 자동으로 바뀌는 ‘대성 S라인 스마트 프리미엄 온수매트’를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다. 보급형 난방매트의 경우 중소기업인 일월이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다른 산업으로... 수출로... 서로 다른 전략
2000년대 들어 국내 보일러 시장이 정체기를 맞자 두 회사는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창업주인 최진민 회장이 이끄는 귀뚜라미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다른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세 경영자인 손연호 회장이 이끄는 경동나비엔은 해외 수출로 승부수를 던졌다.

1962년 서울 마포에 국내 첫 보일러를 선보인 귀뚜라미는 2006년 범양냉방,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 등 냉동공조업체를 잇따라 인수해 냉·난방 복합그룹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엔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하면서 그룹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한때 그룹 매출의 100%를 차지했던 난방 매출 비중은 30%로 낮아지고 냉방공조는 45%, 에너지(도시가스)는 17%, 기타(방송·골프장·외식)가 8% 등으로 고른 매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조3000억원대다.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출시하면서 친환경 고효율 보일러시대를 연 경동나비엔은 일찍부터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어 현재 국내 매출보다 북미지역 매출이 더 크다. 전세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북미 콘덴싱보일러와 온수기 시장 점유율 1위, 러시아 벽걸이보일러(가스보일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보일러업계 전체 수출의 88%를 차지하며 지난해 업계 최초로 ‘3억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코로나사태에 따른 ‘집콕’(집에 오래 머무는 것)영향으로 리모델링 수요가 늘면서 난방비를 절감하고 풍부한 온수를 제공하는 업계 1위 제품에 대한 구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출 확대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은 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5600억원) 보다 32.1% 급증했으며 연말까지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일러와 난방매트 시장에서 쫓고 쫓기는 라이벌인 두 회사는 근래들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귀뚜라미는 경쟁사인 경동나비엔에서 해외 수출 확대를 이끌던 최재범 전 사장을 2020년 1월 전격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최근 북미시장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비(非) 난방제품으로 제품을 다변화하고 있다. 2019년 12월 하나의 기기로 환기와 공기청정을 해결할 수 있는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을 출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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