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은 외주업체 소속일 때 도로공사로부터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았다며 ‘불법파견’임을 주장했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던 근로자들이 2019년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수원지법은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불법파견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들이 도로공사와 합의해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주장한 부분이었다.
법원은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했다면 직접고용 청구권은 소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근로자가 직접 고용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불법파견임에도 불구하고 모회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를 선택한 것은 직접고용을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홍기찬)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FMS 소속 근로자들이 한전을 상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직고용 해달라고 낸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부 지침에 따르면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도 정규직 전환”이라며 “한전은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9년의 대법원 판결도 자회사 근로자들이 잇따라 제기한 소송의 근거가 됐다. 당시 도로공사 불법파견 소송 진행 중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의 외주업체 계약 기간이 종료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불법파견으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면 파견근로자가 외주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도 발생한 직접고용 의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불법파견 관계가 성립했다면 자회사를 선택했어도 여전히 직접 고용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선택이 직접 고용을 포기한 것인지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아직 없다. 김용문 법무법인 덴톤스리 변호사는 “자회사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 직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상급심에서 근로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최근엔 사기업들도 자회사 형식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급심 판단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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