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넘버원 일본 구레하, 한·중 배터리 경쟁에 웃는다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입력 2021-11-30 11:08   수정 2021-11-30 11:20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 주 하나의 일본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 다룰 종목은 화학소재 중견업체 구레하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나자 태평양 건너의 애플 경영진은 동요했다. 아이팟 리튬이온전지 내 소재(폴리머)를 만드는 공장이 지진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일본 구레하(종목번호 4023)는 당시 전세계 폴리머의 70%를 생산했다. 공급망 관리의 달인인 애플도 구레하 제품 출하만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구레하는 고품질 제품의 틈새시장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화학기업이다. 100년 전부터 생산한 가성소다를 활용해 각 산업에서 꼭 필요한 소재를 만든다. 원재료값 상승과 중국의 공장중단 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 수혜를 보며 증권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2차전지 바인더 세계 점유율 1위


구레하는 1934년 설립된 화학소재업체다. 시가총액은 1633억엔으로 큰 기업은 아니지만 생산 중인 주요제품이 대부분 세계 톱클래스를 자랑하는 중견기업이다. 지난 29일 7850엔으로 장을 마치며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은 8%에 지나지 않지만 증권가의 주목도는 높다. 이달 미츠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1만700엔으로 목표가를 올렸고, SBI증권 역시 1만엔으로 목표가를 제시했다. 2018년 기록했던 사상최고가(9040엔)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증권가가 기대하는 포인트는 리튬이온전지용 바인더 사업이다. 바인더는 2차전지 내 가루로 돼 있는 양극·음극 물질을 붙일 때 사용하는 접착제다. 1991년 소니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리튬이온배터리에 채택되면서 시작된 사업으로, 처음엔 전자제품 배터리에 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엔 대개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팔리고 있다. 구레하는 이 분야에서 전세계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중국·한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일 동안 구레하는 양 측에 바인더를 팔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레하에 따르면 최근 2차전지 생산량이 늘면서 바인더를 만드는 공장 역시 올해 내내 풀가동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7~9월 이 분야(기능수지) 매출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194억엔을 기록했다. 덕분에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1600억엔, 195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12.7% 증가할 전망이다. 구레하에 따르면 올해(2021년 4월~2022년 3월) 매출이 1600억엔, 영업이익이 195엔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예상이 맞다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쓰게 된다.


구레하가 바인더 사업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건 백 년 전부터 갈고닦은 뿌리기술 덕이다. 1934년 설립 당시부터 생산하던 가성소다를 활용하면서 여러 갈래의 사업이 나왔다. 가성소다 부산물로 나오는 염소를 활용해 염화비닐리덴수지를 생산했고, 이를 통해 1953년 주방용랩을 만들었다. 또 이 염소로 1987년엔 PPS수지를 만들어 자동차 소재로 팔기도 한다. PPS수지는 가볍고 열에 강해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부품소재로 쓰이는데, 쿠레하는 이 분야에서 전세계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업 역시 최근 전기차 경량화 흐름에 맞춰 순항 중이다.
○틈새시장 넘버원으로 고부가가치 창출
구레하가 생산하는 소재들은 눈에 띄는 제품들은 아니다. 대신 구레하는 '틈새시장 넘버원'을 지향하는 경영을 해오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재를 한번 히트시키면 오래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그 다음 소재 개발까지 여유가 생긴다. 구레하는 이런 저런 소재에 대해 번갈아 용도를 찾아가며 매년 1400억엔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 한 소재의 쓰임새가 다 해도 다른 소재로 매출을 올리며 균형을 찾는 식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폴리글리콜산(PGA)다. 구레하는 1990년대 페트병 쓰레기를 보며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소재로 PGA를 개발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페트병에는 쓰이지 못했고 체내에서 녹는 의료용실로만 주로 쓰였다. 이후 셰일가스붐이 불면서 상황은 180도 바뀐다.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도구에 PGA가 딱이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를 채굴하기 위해선 암반을 판 뒤 물을 흘려 넣어 수압을 가한다. 그래야 암반에 금이 생겨 셰일가스를 채굴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도구로 금속이 사용됐으나 채굴이 끝나면 일일히 다시 끌어올려야만 했다. 여그러나 PGA를 쓰면 기구 자체가 물과 지열로 분해되기 때문에 회수할 필요가 없었다. 구레하는 셰일가스 기구용 PGA를 팔면서 2017년 한 해 동안 주가가 두 배 오른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해 유가가 폭락하면서 PGA 사업부 매출도 전년 대비 반토막 났지만 올해는 이전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레하는 당분간 전기차 배터리용 바인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2016년부터 구레하는 이 사업이 고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이라며 전사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지난해 5월 중국에 공장을 세운 데 이어 두 번째 공장 건설도 결정, 2024년 여름엔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로써 생산능력은 현재 1만1000톤에서 2만1000톤으로 늘어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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