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외 일정을 무더기 취소하면서 칩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의 칩거가 길어질 경우 12월 6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잠적에 정치권에서는 그간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윤 후보 측과의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대표는 전날 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다”라는 의미 심장한 글을 올린 뒤 눈웃음 이모티콘에 영어 알파벳 소문자 피(p)를 붙인 ‘^^p’라는 메시지를 연이어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p’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하는 모양을 연상케 한다며 이는 상대에 대한 야유의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은 그간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잦은 마찰을 빚었다. 특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임명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갈렸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 위주의 선대위를 구상한 반면 윤 후보 측은 김종인·김병준·김한길 등 ‘3김(金) 체제’를 밀어붙였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에서 익명의 관계자를 앞세워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최근 윤 후보 측의 ‘이준석 패싱’이 거듭되면서 이 대표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선대위는 지난 29일 이 대표와의 사전 교감 없이 윤 후보와의 동반 충청권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또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이 대표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2030세대 등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이 대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우리 당의 정치혁신과 청년정치를 상징하는 이 대표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태호 의원도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거냐”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이 대표가 윤 후보 측 인사들과는 갈등을 빚어왔지만 윤 후보와는 관계가 틀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점도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대표는 23일 SNS에 “우리 당원들은 모두 윤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직접 나서거나 최측근인 권 사무총장을 통해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날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상계동에 있는 지역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이 대표를 만나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당내 갈등과 관련, 윤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 패싱은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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