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를 양산하며 OLED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 의지를 밝힌 만큼 수율을 끌어올려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QD-OLED는 무기물인 퀀텀닷(양자점) 물질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QD는 전기·광학적 성질을 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빛에너지를 받으면 스스로 색을 낸다. QD-OLED의 발광원은 빛의 3원색인 적·녹·청 중 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OLED로 구성해 광원으로 쓴다. 그 위에 적색과 녹색의 퀀텀닷 필터를 구현하는 방식이어서 백색 소자를 발광원으로 하는 LG의 화이트(W)-OLED 방식과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통해 QD-OLED 양산을 예고하면서 "QD는 색전률·시야각·휘도 측면에서 기존 제품 대비 강점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의 새로운 포지션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 능력은 8.5세대(2200x2500mm) 원장 기준 월 3만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55인치와 65인치 TV 약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 실물 공개는 다음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서 선보일 예정이고 삼성전자와 소니에 우선 공급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과정에서 세계 TV 시장 규모가 점점 쪼그라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TV 출하량은 5039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반대로 OLED TV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 3분기 OLED TV 출하량은 153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4분기에는 OLED TV 출하량이 2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 올해 전체 OLED TV 시장 규모 역시 전년보다 80% 늘어난 65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게 옴디아의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QD-OLED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모두 13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약 2년 만에 양산에 돌입하며 LG디스프레이와 OLED 패널 패권을 두고 다시 경쟁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충남 아산 탕정사업장을 방문해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기술만이 살길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며 디스플레이 투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근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현재 QD-OLED 수율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QD-OLED 투자를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 사장은 "중소형 OLED 분야에서 쌓은 자발광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QD-OLED 상용화를 위한 투자가 진행 중"이라며 "더 많은 색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넓은 시야각 특성을 지난 QD-OLED가 상용화되면 오랫동안 침체돼 있던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OLED TV 시장 진입으로 글로벌 OLED TV 출시 업체가 20개를 넘어서며 생태계 확대 속도가 예상을 웃돌 것"이라며 "삼성전자 OLED TV 출시는 OLED TV 생태계 확대와 표준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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