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즐기려 이렇게 튜닝했다간…보험금 한 푼도 못 받는다 [김수현의 보험떠먹기]

입력 2021-12-05 07:02   수정 2021-12-05 12:2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년 전 7000만원 넘는 거금을 들여 외제차를 계약했다는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최근 일주일 내내 술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한 달 전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질주를 하다 가드레일을 받는 사고를 낸 뒤, 지난주에야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걱정거리가 또다시 생겼기 때문입니다. 바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보험사 측에서 손상된 차량 관련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

사고 몇 달 전 차량의 속도를 올리고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ECU 맵핑(mapping)’이라는 차량 부품 개조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를 보험사 측에 알리지 않은 상태서, 사고 원인이 차량 구조 변경에 있다고 밝혀진 것이 보험금 지급 불가 결정이 내려진 요인이었죠. 생각을 곱씹다 문득 차량 구조 변경 건에 대해 보험설계사 측에 전화했던 것이 생각났다던 박씨는 보험사 측에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된 박씨는 대출 가능액을 찾아보다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차량 개조에 나서는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단순한 부품 변경부터 촉매 장치 및 소음기 제거, 번호판 제거, LED(발광다이오드) 부착 등 불법 개조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위 사례에서 보이는 ECU 맵핑 또한 차주들이 즐겨 하는 차량 부품 개조 방식 중 하나입니다. 100만원 안팎의 소프트웨어 개조를 통해 자동차 출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그렇다면 차량 개조가 이뤄진 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 지급 여부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일반적으로는 합법 여부 및 위험 정도, 사고 간 인과관계를 먼저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들은 일차적 판단 요소는 아닙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사 측에 차량 개조 사실을 전달했는가'. 차량 개조 이후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이것입니다.

상법 제652조 1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자는 보험기간 중 사고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험사에 즉시 알려야 합니다. 상법에선 이를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 보험 표준약관에선 '계약 후 알릴 의무'로 제시하고 있죠. 물론 '사고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란 문구에 대해선 보험별로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에서는 차량구조의 변경을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죠.

따라서 보험계약자가 관련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사는 이와 관련된 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험사 측이 이미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상태라면, 보험금 반환 청구에 나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상법 제652조 1항에 따라 보험사는 변경 사실을 인지한 일자부터 1개월 안에 계약자에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통사고와 차량 개조 사실 간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성립됩니다. 주어진 의무에 반했다는 이유에서죠.

보험계약자가 차량 개조 시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사안은 관련 내용을 보험사 측에 알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변경 사실을 전달받을 대상이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사라는 것입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간 보험계약 체결을 도와주는 인물로, 보험회사 직원이 아닙니다.

상법 제646조의2 제3항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보험료 수령권과 보험증권 교부권으로 제한됩니다. 청약, 고지, 통지, 해지, 취소 등 보험계약에 관한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은 없죠.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의 체결, 변경, 해지 등 보험계약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권한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보험설계사에게 변경 사실을 알리는 것이 보험사에 알린 것으로 판단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앞서 대법원도 2006년 6월30일 선고 2006다19672,19689 판결에서 "보험설계사는 특정 보험자(보험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일 뿐, 보험자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해 하는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도 없으므로, 보험설계사가 통지의무 대상인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 보험자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박씨의 경우에도 통지의무 수령권이 없는 보험설계사에게 차량구조 변경을 알렸다고 해서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와 계약해지' 규정에 따른 계약 해지와 '계약 해지와 보험금 청구권'에 의한 보험사고 면책이 가능하죠. 단,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사항과 관계없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보험금이 정상 지급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량 개조 사실 전달 시 보험료 인상 또는 계약 인수 거절 조치가 있을 수 있으나, 보험료 인상 폭은 크지 않고 인수 거절은 실무적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사안"이라며 "불법 개조된 차량도 관련 사실을 보험사에 알렸다면, 모든 사고에서 문제없이 보험금을 보상받을 수 있는 만큼, 계약자 자신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관련 사안을 사측에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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